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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의 명복을 빕니다일상/흔적 2009. 5. 27. 09:00
2009년 5월 23일.
믿겨지지 않는 소식을 접한 후
얼마 전 읽은 책 '오늘의 거짓말' 이 생각났다.
이 모든게 차라리 거짓말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어딘가에 살아계시기만 한다면..
나는 노사모도 아니다.
그분에게 던졌던 한 표는 이제 막 투표권을 얻은 세상물정 모르는 학생의 표였을지언정,
세상 사람들이 유행어를 말하듯 그 분을 욕할 때 그저 마음속으로 조용히 그분을 믿어왔을 뿐이다.
지금 이렇게까지 침통하고 애통함을 느끼는 것은 내가 마음속으로 유일하게 인정하는 대통령이기 때문일것이다.
"그래도 국장인데 조문을 가야하지 않을까" 라는 친구의 메세지와
"봉하마을에 가지 않겠냐"는 말들..
며칠을 고민 했다.
이제 다시는 뵐 수 없을 고인 가시는 길에 인사라도 하러 가야하는데..하면서..
집 근처에도 분향소가 있지만 정부에서 만든 분향소에는 갈 수 없다. 대한문으로 가리라..이렇게 생각하면서..
그런데...정말 죄송하지만 가지 않기로 결심했다.
탄핵반대 시위때 이곳에 있지 않아 참석하지 못했고,
임기를 마치시고 떠나시는 순간에도 이곳에 있지 않아 그동안 수고하셨다는 박수조차 쳐드리지 못했다.
나는 그분을 위해 아무것도 해드린게 없는데 이제와서 무슨 낯으로 찾아뵌단 말인가.
서거 이후 갑자기 모든 언론에서 '노무현 영웅만들기' 에 혈안이 되어 있는 모습을 보면서 세상이 정말 무섭구나 생각한다.
왜 진작, 그분이 살아계실때 10분의 1이라도 그걸 인정하지 않았었는가.
대한민국 정부가, 국민이 결국 그를 바위 위로 내몰아놓고 국민장이라니.
진절머리가 난다.
한국이라는 나라가, 아니, 이 세상이 무섭고 싫다.
마음이 너무 아프다.
그분 사진만 봐도 눈물이 흐르지만 참는다.
그저 이제는 좋은 곳에서 편안히 쉬시기를 마음속으로만 간절히 빌 뿐이다.
당신을 잊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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