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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월 23일] (괴레메) → 이스탄불
    여행:: 지중해, 중동/04' Turkey 2004. 10. 1. 23:34

    버스에 아줌마들이 어디를 가시는지 엄청 많았는데...

    밤이 새도록 수다를 그칠 줄 모른다...시끄러워....좀 주무시라고요;;;;

    게다가 내 자리는 뒷문 바로 앞이라 사람들이 내릴 때마다 내 의자를 치면서 내리네..ㅠㅠ

    겨우 잠이 들만 하면 안내군 나를 깨워서는...

    "어디가?"

    "술탄아흐멧"

    "그럼 버스에서 내리면 셔틀버스가 있으니까 그거 타고 가"

    "응..고마워"

    터미널에 내려서 어떻게 가야하나 고민하고 있었는데 데려다 준다네..고마울 때가..

    근데 한번만 말해줘도 되는데 밤새 깨워서 똑같은 질문대답 반복하는 건 뭐냐고 ㅡㅡ^

     

    이스탄불에 거의 다 도착 했나보다..

    창밖으로 보이는 높은 빌딩들과 혼란스러운 도로, 많은 사람들..

    시골마을에 있다가 도시로 나오니 정신이 하나도 없다. 이스탄불을 터키의 수도로 오해할 만 하지. (수도는 앙카라)

    잠이 덜 깬채로 멍하게 버스에서 내렸다.

    어리바리하게 서 있으려니 택시 아저씨들이 붙기 시작한다 ㅡ,.ㅡ

    밤새 날 깨웠던 안내군..저쪽에 있는 버스 타라고 또 알려준다..

    버스에 타고나니 배가 너무 고파서는..불만을 터뜨렸는데..

    "아니, 밤새 왔는데 왜 먹을걸 하나도 안주는거야!"

    "먹을 것 줬는데? 빵 같은거 줬어"

    "정말요??"

    그래..그렇게 나를 깨우더니..정작 먹을건 안주고 지나쳤다 이거지..자고 있음 걍 던져 놓고라도 가지ㅠㅠ

     

    술탄아흐멧에 도착하여 한시간 여를 돌아다니며 숙소를 고른 끝에 결국엔 '동양'으로 갔다.

    한국사람이 운영하는 호스텔이라 한국여행객들에게 많이 알려진 곳인데

    최근 주인이 바뀌어서 평판이 좋지 않았다.. 때문에 다른 곳을 찾아본 것인데..결국은 그곳으로...

    이스탄불에 오니 물가가 확 뛰었다. 돈도 줄일 겸 처음으로 도미토리에 들어갔는데..

    그 좁은 방에 8명이나 구겨 넣다니..너무 하잖아;;;

    짐을 풀고...밤차타고 오느라 꼬질맞은 몰골도 씻어주고...밖에 나갈 준비하면서

    은정언니, 지혜언니와 처음으로 통성명을 했다.

    사람을 만남에 있어 그 '사람'이 중요하지 '이름'은 큰 의미가 없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같이 투어도 하고 저녁까지 먹었으면서 이제서야 서로의 이름을 묻다니;; 크흣.

     

    삼각대를 짊어지고 히포드롬 광장으로 갔다. 캬~ 날씨 좋고ㅡ



    로마시대 대 경기장으로 전차경기가 열렸던 곳인데 지금은 아무 것도 없고 이렇게 오벨리스크만 서있다.

    오벨리스크는 주로 신전 문 양쪽에 세워져 있는데, 이 오벨리스크는 이집트 룩소르에 있는

    카르낙 신전에서 AD 390년에 로마의 테오도시우스 황제가 가져온 것이다.

    때문에 지금 카르낙 신전에는 오벨리스크가 하나만 남아있다.

    저게 그냥 말뚝도 아니고..왜 뽑아가냐고;;;; 그러고 보면 우리나라 유물들도 많이 뺏겼잖아..곤란해..

     

    허기짐이 절정에 이르렀다. 케밥을 두 개나 사가지고 벤치에 앉아 먹었다.

    싸고 맛있고...정말 최고 ㅡㅡb

     



    술탄 아흐멧에 있는 블루모스크.

    블루모스크는 내부에 푸른색 타일 때문에 붙은 별칭이고 정식 명칭은 '술탄 아흐멧 모스크'이다.

    17세기 초 오스만 투르크의 술탄(오스만 황제)이던 아흐멧 1세가 지은 것으로

    보통 모스크는 미나렛(첨탑)이 4개 이지만 블루 모스크는 이슬람 모스크 중 유일하게 미나렛이 6개 이다.

    이 사진에서는 4개밖에 안나왔지만;;;;;

    이스탄불 최대의 사원으로 맞은편에 있는 성 소피아 성당을 능가하는 규모로 건설된 것이다.



    모스크에 들어가려고 하는데 사람들이 어마어마하게 많다;;;

    그러고 보니 오늘은 금요일..우리가 일요일에 교회에 가듯이 이슬람교도들은 금요일에 모스크에 간다.

    터키 국민의 99%가 이슬람교도라고 한다.

    이 사람들이 저렇게 줄을 서 있는 이유는...



    모스크에 들어가기 전에 손과 발을 씻어야 하기 때문이다.



    블루모스크 안마당에서 본 미나렛.



    예배시간과 겹쳐 사원 속에는 들어가지 못하고 나와야만 했다...

     



    근데...사람이 정말 정~~~말 많다...

    특히 어린애들;;; 왜?? 왜??

    그렇다...오늘은 터키의 어린이날이었던 것;;;



    자세히 보면 볼 수 있겠지만 저 할아버지 지금 주스를 따르고 있다..

    몸을 숙이면 주스가 줄줄 나오는데..다시 일어나면 통속으로 주스가 다시 빨려가고..

    나에게 실컷 묘기를 보여주시더니 한 잔 건네주신다..

    좋다고 받아 먹었는데...돈 내란다;;; 것도 1,500,000리라;;;; 그럼 그렇지;;OTL

     

    터키는 인플레이션이 상당히 심해서 0의 갯수가 엄청나다.

    저 주스만 봐도...백오십만;;;; 처음엔 단위가 너무 커서 헷갈리지만...

    쉽게 뒤에 0 세 개를 빼고 생각하면 된다. 1,000,000리라는 약 1,000원 정도.

    내가 언제 저렇게 큰 돈을 막 써보겠는가.

    하루에 몇 천 혹은 억을 넘어가는 돈을 쓰는 재미도 쏠쏠하다..ㅡㅡa

    이게 TL(터키리라)가 아니라 \(원)이었으면 오죽 좋겠냐만은;;

     

    터키도 우리나라처럼 2001년 금융위기를 겪고 국제통화기금(IMF)의 긴급 구제 금융으로

    상황을 모면하였다. 터키의 환율상승은 그야말로 고질병이라고 할 수 있다.

    환율이 상당히 불안하기 때문에 터키를 여행할 때에는 한번에 많은 돈을 환전하는 것보다는 조금씩 환전하면서 쓰는 것이 좋다.

    자고 나면 터키리라의 값어치가 떨어지기 때문에 숙박시설같은 곳은 아예 달러로 받기도 한다.

    터키는 일인당 국민소득이 우리나라에 훨씬 못 미치지만 넓은 국토에 곡류, 야채, 과일등을 충분히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먹는 것에도 풍족하고, 거리를 보면 대형 빌딩에 고급 승용차들이 넘쳐 난다.

    경제지표는 좋지 못해도 외관상으로 가난하지 않은 이유는 지하 경제 규모가 크기 때문이라고 한다.

    어쨌든..이제 저 엄청난 0의 압박도 2005년 1월 화폐개혁이 단행되면 사라지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도 화폐개혁을 해야 한다고;;; 터키에 비하면 쨉도 안되지만..0이 너무 많아ㅡ

     

    저 할아버지..주스값을 받아가려는데 내가 손에 든 것이 많아 돈을 찾는데 주춤거리자

    돈 뭉치에서 5,000,000리라를 쓱 가져가 버리는게 아닌가.

    "1,500,000리라라며? 거스름돈 왜 안줘? 잔돈 줄테니까 내돈 도로 줘ㅡ"

    이스탄불로 들어와서 처음 터키여행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터키 돈에 익숙하지 못한 여행객들은 순식간에 사기를 당한다.

    게다가 이곳은 엄청난 관광지 아닌가ㅡ 터키인들 조차도 이스탄불에서는 조심, 또 조심하라고 말할 정도이니..

    아마도 날 이스탄불에 막 도착한 어리바리 여행객으로 봤나보다;;; 쳇.

     



    이곳은 아야 소피아. 블루모스크 맞은편에 서있다.

    비잔틴 건축물 중 최대 걸작으로 불리는 아야 소피아는 세계 8대 불가사이로 꼽히기도 한다.

    비잔틴시대 914년 동안 '성 소피아 성당'으로 사용되다가 오스만 투르크 점령 후 모스크로 사용되어 '아야 소피아 사원'으로 불렸다.

    그래서 4개의 미나렛은 오스만 투르크 점령 후에 세워진 것이다.

    1934년 이후에 지금의 정식 명칭인 '아야 소피아 박물관'으로 변경되었다.

    마주보고 서 있는 아야 소피아와 블루모스크.

    웅장한 두 건축물을 바라보고 있자니 건축의 아름다움도 아름다움 이지만 서로 다른 종교의 건축물이 마주 한다는 것.

    그 역사적 배경에 아이러니를 느낀다.



    아야 소피아의 내부모습. 공사가 한창이었다.





    벽면은 이렇게 화려한 모자이크로 장식이 되어있다. 모자이크에 사용된 순금만 총 18톤 이라고 한다..

    이곳이 오스만 제국에 함락당했을 당시, 이슬람은 새로운 곳을 정복하면 3일동안 약탈을 할 수 있었으나 이 성당의 아름다움에 반한 메흐메드 2세 황제가 건물을 파괴하지 말도록 명령하여 비잔틴 제국의 성당이 이슬람 사원으로 된 것이다.

    건물은 파괴되지 않았지만 모자이크로 된 기독교 성화들은 회칠을 하였다.

    지금은 대부분 복원되어 원래의 화려한 모자이크 벽화를 볼 수 있다.

    500년전 아름다움에 반하여 내려진 결단이 인류의 소중한 문화유산을 지켜냈고 문화의 공존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이다.



    가운데 성모 마리아와 아기 예수.



    한참 벽화를 감상하고 있는데 애들이 뒤를 졸졸 쫒아다니는 것 아닌가..

    처음에는 그저..낯선 이방인들이 신기해서 그러나보다..했는데..

    "포토..포토.." 이런다....

    내가 애들을 싫어한다는 것은 나를 아는 사람들이라면 다 아는 것.

    무슨 일-_-이 생길지 몰라 슬슬 피하다가..결국엔 막다른 골목 앞에 이르렀다.

    애들은 이때다 싶었는지...내 앞으로 와서는..사진을 찍잖다.

    사실 아까 광장에서도 사진 같이 찍자는 것을 거절하고 들어왔는데..

    말똥 말똥한 눈으로 간절히 사진 찍기를 원하는 이들에게 또 거절을 할 수가 없었다...

    "그래.." 이 한마디에 갑자기 여기저기서 애들이 붙기 시작.

    순식간에 학교 단체 소풍사진 찍는 대열을 만들고는 정신없이 카메라에 찍히고 말았다..

    아......이렇게 민망할 때가..ㅠㅠ 그래..어린이날 선물이다ㅡ

     

    이 이후에도 이곳에서만 4~5번의 모델 노릇을 해야 했다;;;





     

    아야 소피아를 나와서 톱카프 궁전에 갔다..아..여기도 사람이 어마어마 하다..

    줄 서다가 오늘 하루가 다 갈 것 같아서 포기하고 그랜드 바자르로 갔다.



    그랜드 바자르는 세계에서 가장 큰 바자르라고 한다.

    저 입구로 들어서면 카페트, 귀금속, 장식품 등 각종 물건을 파는 상점들이 자리잡고 있다.

    사고 싶은 건 많았는데 남은 여행기간동안 들고 다녀야 한다는 사실들이 끔찍하다;;

    이곳은 비싸다고 해서 구경만 하고 내일 이집션 바자르에 다시 가기로 했다.

     

    바자르 구경을 막 하고 있는데 아이스크림 파는 아저씨가 보인다..



    이 아이스크림은 돈두르마라고 하는 아이스크림인데...쫄깃쫄깃한 것이 특징이다.

    안그래도 이 아이스크림을 어디서 먹어보나..찾고 있던 중이라..너무 기뻐서 가격도 물어보지 않고 무턱대고 아이스크림을 달라고 했다.

    아이스크림을 퍼주기 전에 아저씨가 저렇게 쇼-_-를 보여준다.

    집어 올려도 흘러내리지 않고 콘에 담에 거꾸로 들어도 떨어지지 않는다.

    내가 잡으려고 하면 저 막대기로 슉 뺏어가고;; 실컷 놀림을 당한 후에 겨우 받을 수 있었다..ㅡ,.ㅡ

    계산하려고 보니 3,000,000리라를 달란다...컥...케밥 3개를 먹을 수 있는 가격..ㅠㅠ

    분명 현지인들은 훨씬 싼 가격에 사가는 것 같았는데..하필 내가 계산하려고 할 때는 아무도 사가는 사람이 없었다..

    아..이거 따질 수도 없고;;;

    (나중에 숙소에 돌아가 얘기를 했더니 언니들은 500,000리라에 사먹었단다..또 당했다..ㅠㅠ)



    아이스크림이 쫄깃한 이유는 염소젖으로 만들어서 그렇다나..생각보다 맛있었다. 특이하고.

     

    크헤헥..어디를 가도 사람이 많다...숙소에 돌아가 좀 쉬려고 걸어가는데

    지하 물 저장고 입구가 한산하다. 아까는 사람이 너무도 많아서 포기했었는데...



    562년 비잔틴 제국의 유스티아누스 황제때 식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곳.

    이 기둥들 중엔 아마도 아르테미스 신전에서 가져온 기둥도 있을 터.



    어둡고, 습하고, 춥다.

    안쪽으로 계속 들어가보면...



    기둥을 받치고 있는 메두사의 머리가 있다.



    이놈은 아예 거꾸로 박혀있다.

    이 메두사의 머리는 그리스 신전에서 옮겨온 것이라고 한다.

    오랜 시간을 거꾸로 박혀 물 속에서 보낸 메두사....

     

    숙소에 돌아왔다. 도시가 싫다..ㅠㅠ 정신없고..

    이럴 줄 알았으면 푹 퍼져 놀더라도 괴레메에 하루 더 있다 올걸 하는 후회가 든다.

    터키는 떠나기 싫은데 이스탄불은 정이 가질 않고...

    고민하다가 결국 하루 일찍 이집트로 넘어가기로 했다.

    이집트도 워낙 사람들한테 치인다는 소릴 많이 들어서 걱정되긴 하지만..이미 마음은 이스탄불을 떠났으니;;

    상업적 도시라 사람들도 다 정이 없어 보이고..바보같이 바가지만 쓰고..ㅠㅠ

     

    은정언니, 지혜언니는 탁심에 갔다 왔다고 한다. 내일은 나도 거기나 가볼까...

    조금 쉬다가 야경을 보러 넷이 나왔다.



    블루모스크..이번엔 6개의 미나렛을 제대로 찍었군..



    맞은편에 위치한 아야 소피아.

     

    벤치에 앉아 있으려니 왠 남자애들이 오더니 바에 가잔다;;;

    어딜가나 이런 놈들은 있구만..

     

    저녁 겸 간식거리로 라마준(피데랑 비슷한데 더 얇다..)과 만두같이 생긴 튀김, 맥주를 사서 숙소 휴게실에서 판을 벌였다.

    사람들이 지나갈 때 마다 같이 먹자고 하나 둘 끌어 앉힌 것이 어느덧 남의 잔치가 되어 버렸다;;;

    이사람들..판은 우리가 벌였는데 자기들이 더 즐기네;;

    판에서 밀려나 인터넷을 하러 컴 앞에 자리를 잡았다.

    괴레메에서 처음 인터넷을 했었는데..아직 터키는 인터넷 사정이 좋지 않다. 모뎀을 쓰고 있다.

    30분동안 메일 하나 확인하는 정도;;

     

    일본 남자가 한명 있었는데..어딘가 낯이 익다 했더니..사모스에서 쿠사다시로 넘어올 때 배에 같이 탔던 사람이었다.

    여행지의 큰 루트는 비슷한 탓도 있지만 역시 세상은 넓고도 좁은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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