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밤에 약을 먹고 잤는데도 아침에 일어나니 차도는 커녕 숨 쉬기가 힘들 정도로 코가 꽉 막혀 있었다.
5분도 안되어 코 푼 휴지들에 묻힐 정도로 내 주위에는 온통 휴지들이 널부러져 있고,
머리는 지끈거려 아무것도 생각할 수가 없었다.
결국 오늘의 모든 일정을 포기하고 하루종일 집에서 빈둥거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곳의 먼지가 주범인 것 같았다.
그동안 바닥에 매트리스를 깔고 잤었는데, 먼지가;;;
딱히 잠도 오지 않고..간만에 인터넷이나 할까 하고 접속한 인터넷.
모뎀이다; 중/고등학교때 사용했던, '삐~~삐삐~~' 라는 전화 다이얼로 걸리는 친숙한 소리와 함께.
뭐 좀 해보겠다고 약 2시간여를 끙끙댔는데 메일 한 통 제대로 확인 못한 것 같다. ㅡㅜ
혼자 딩굴딩굴 삽질도 하고 하다보니 어느새 저녁이다.
그래도 오늘은 리우의, 브라질의 마지막 날인데 이렇게 끝을 낼 순 없다. 라는 강력한 정신력으로 -_-
옷을 주섬주섬 챙겨입고 약 30분을 걸어서 론니에서 소개한 근처의 맛있는 고기집을 찾아갔다;
그리고, 제대로 입맛도 못 느끼는 컨디션 제로의 상태에서 고기를 보고는 화색이 돌아 즐겁게 마지막 밤의 고기를 썰어주었다.
가격대비 그냥 그랬지만..이건 아르헨티나에서 입맛이 너무 버릇 없게 길들여진 탓도 있는 것 같다.
저 두툼한 고기와 썰면 베어나오는 육즙. 쓰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