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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080720: 부에노스 아이레스(Buenos Aires)] 여행중 아프면 끝이다
    여행:: 남아메리카/08' Argentina 2009. 8. 3. 18:46


    결국 어제는..아니지..오늘 아침 새벽 6시가 다 되어서야 잠자리에 들었다.

    이번 여행중 이미 예산을 초과하고 있어 한푼이 아쉬운 상황이었다.
    공항에서 버스를 타고 호스텔에 도착한 시간은 새벽 5시였고,
    이 시간에 체크인을 하면 하루 숙박요금을 더 내야 했기에 - 이런거 생각하면 페루가 참 좋다. 그냥 담날까지 하루로 쳐주는데;; -
    PC방에서 밀린 컴터나 하면서 시간 좀 떼우다 들어갈 생각도 잠깐 해봤지만..
    (근데 생각해보니 한국처럼 24시간 PC방은 아마 없었을 듯 싶다; 대부분 밤 되면 문 닫음.)

    몸이 아프니 그런건 따질 겨를도 없었다.
    무조건 침대나 줘!!!!

    브라질에서 미리 예약을 했던게 천만 다행이었다.
    이제 막 성수기에 접어들어서 그런지 그 큰 숙소가 사람들로 만원이었다.
    이 최악의 컨디션에서, 이 새벽에, 방마저 없었다면 정말 오벨리스크가 서 있는 대로로 가서 뛰어 들었을지도 모르겠다 ㅡㅡa

    그나마 내 몫으로 남겨논건 6인실에 있는 침대 밖에 없었다.
    다들 자고있는 어두운 방을 감각에만 의지에서 내 침대를 겨우 찾은 후 쓰러져 잠이 들었다.


    눈을 뜨니 10시 10분이다. 뭐야. 리셉션에 10시에 깨워달랬더니. 젠장.
    여전히 정신은 한밤중이고, 숨쉬기도 불편했지만..
    ’먹어야 산다’는 정신으로 아침을 먹기 위해 침대 밖으로 몸을 꺼냈다.
    이렇게 몸이 안 좋은 때 일수록 먹어야 해. 라고 주문을 외우며..
    한 일주일 따뜻한 곳에서 푹 잠만 자고 싶구나..에혀~

    항상 웃는 얼굴로 아침을 챙겨줬던 친절한 아주머니를 다시 보니까 넘 반가웠지만 기운이 하나도 없었다.
    이 와중에도 살겠다고 추운데 옷을 잔뜩 껴입고 나와서 뭔가를 먹고 있는 내가 그저 놀라울 뿐이다.

    아침을 대충 먹는 듯 마는 듯 하고 다시 침대로 기어와 잠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다시 일어난 시간은 2시.
    묵은 빨래를 돌리고, 내 몸도 씻어주고..

    점심은 아무것도 먹지 못했고, 저녁은 비상식량으로 가지고 다니던 인스턴트 시금치 된장국을 한 컵 만들어 먹었다.
    볼리비아에서 훙힌이와 나를 살려줬던 '시금치 된장국'.
    주방에 성냥이 다 떨어져서 (남미는 대부분 가스렌지가 자동점화가 아닌 성냥불로 붙여서 사용한다)
    카운터까지 내려갈 힘이 없어 좌절한 와중에,
    그래도 먹겠다고 좀비 형상으로 다른 나라애들 뭉텡이로 노는데 가서 빌린 불로 겨우 끓여 먹은거다 ㅡㅡ;

    그러고 보니 여행 중에 이렇게 아픈 것은 처음이지 싶다.
    그나저나 정체를 모르겠다. 온 몸이 욱신거리고 멈추지 않는 콧물에 깨질 것 같은 머리를 보면 감기인 것 같기도 하고...
    목이 잔뜩 부어 침 조차 삼키기 힘든 것을 보면 편도선이 부은 것 같기도 하고. 어쩌면 둘 다인가.
    다행히 감기약은 아직 여분이 좀 남아있었지만 영 차도가 없다.
    혹시나해서 가져온 아목사실린은 이제 달랑 두 알만이 남았다.

    어쨌거나. 타지에서 아픈 것만큼 서러운 것이 없는데 여행 중에 혼자 이렇게 끙끙대고 있으니 지지리도 궁상이다.
    어제 망할 그 비행기만 제대로 떴어도 난 느긋하게 휴식을 취하며 몸을 회복했을 텐데..
    공항에서 그렇게 고생고생 개고생을 추운 공항에서 오들오들떨며 밤새 했으니 몸이 나아줄리가 없지. ㅠㅠ
    아직도 저주스럽다. 아르헨티나 항공...ㅡㅡ+

    부에노스에 있을 앞으로의 며칠동안 먹고 마시고 느긋하게 즐길 계획만 있었는데,
    이러다가는 침대에만 있다가 떠나게 생겼다.
    목이라도 가라 앉아야 맛난 고기를 마음껏 즐겨 줄텐데. ㅠㅠ



    < 내가 묵었던 숙소에 대해..>

    Ayres Porteño: Peru 708 (www.ayresportenos.com.ar)
    도미토리 35페소(미니호스텔 회원 31.5페소), 아침포함, 인터넷(무선가능), 전화방, 세탁기/건조기(사용시 각 5페소), 주방


    산 뗄모 지역에 있는 호스텔인데,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4-5층 규모에 침대만 100개가 넘었던 걸로 기억한다.
    남미지역 호스텔에서 많이 쓰이는 미니호스텔 카드가 있으면 할인이 되는데,
    나도 멘도사에 있던 호스텔에서 뒤늦게 카드를 만들어서 할인을 꽤 받았다. 부에노스에 있던 기간이 꽤 됐으므로..
    숙소를 옮기지 않았다면 그 카드로 뽕을 뽑고도 남았을 것이다;;

    숙소 규모가 커서 아기자기한 맛은 없지만
    위치도 좋고, 스태프도 다들 친절하고....그동안 지나쳤던 숙소들이 그저 잠만 떼우고 지나쳐 별 기억이 없는데 반해
    이곳 역시 잠만 자긴 했지만;; 꽤 좋은 인상으로 남아있는 곳이다.

    가장 큰 이유는..




    방 문이나, 숙소 곳곳에 이렇게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정취를 흠뻑 느낄 수 있는 그림들로 가득하다는 것이다.
    이 그림들을 보면서 숙소구경을 하는 것도 하나의 볼거리가 될 만큼이라 생각한다.

    위 사진들은 브라질 가기 전에 어느 날 아침을 먹다가 똑딱이로 몇 장 찍어논 것이다.
    다시 이 숙소로 돌아올 생각이었으므로 그 때 제대로 구경하면서 사진도 찍어야지~ 했는데..
    결국은 아픔에 쫒겨 숙소를 옮긴 탓에 그럴 기회는 놓쳤다.

    숙소를 옮겼던 이유는 '추워서'.
    몸 상태가 정상이면 그렇게 추운 정도는 아닌데, 워낙 아팠던터라 찜질방 수준의 따뜻함이 그리웠다.
    어쨌거나 이 숙소의 크로와상은 정말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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