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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에노스 아이레스(Buenos Aires)] 부에노스 아이레스 즐기기 (0) - 지독한 감기?
    여행:: 남아메리카/08' Argentina 2009. 8. 3. 20:51

    # 숙소 변경

    결국은 그 다음날 숙소를 옮겼다.
    몸 상태가 점점 안좋아지니 머릿속엔 온통 따뜻한 곳에 누워 쉬고, '따뜻한 쌀밥을 먹고 싶다'는 열망만이 가득했기 때문이다.

    한인숙소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다 유일하게 딱 한 번 한인이 운영하는 숙소를 이스탄불에서 가보고 학을 뗀 경험이후
    다시는 갈 일이 없다고 생각했었지만...'일단 살고보자' 였다 ㅡㅡ;

    그래서 옮기게 된 한인민박 '남미사랑(cafe.naver.com/nammisarang)'.
    우연한 기회에 알게된 주소를 무심결에 수첩에 적어 놨었는데, 이렇게 쓰일줄은 몰랐다;;
    지도를 펴서 찾아보니 센트로와는 좀 먼 곳에 위치해서 불편해 보이긴 했지만
    이제 대충 부에노스 지리를 알아서..메트로 타고 다니면 되니까 큰 무리는 없어 보였다.
    이메일로 예약을 문의했고, 다행히 침대가 남아있다는 답장을 받았다.

    첫날은 도착하자마자 내내 잠만 자서 주인장님들에게 걱정을 안겨주기도 했었다.
    주위에서 걱정하며 주는 감기약과, 감기엔 비타민이 좋다며 주는 약들..다 받아먹었다.
    (우유니에서 지나가는 여행객들이 주는 약까지 다 먹었던 훙힌이의 기분이 이런거였을테다.)

    페루로 돌아가기까지 이곳에서 머문 동안 '8인실 제1호 방장'으로-_- 좋은 인연들을 많이 만났다.
    주인장 멜라니언니와 덩헌오빠, 웅옹, 정운, 동기오빠, 선욱오빠, 명화언니, 보아씨, 채령씨, 승택, 정모, 잠시 스친 승표씨까지.
    한국에 돌아와 모두에게 일일이 연락드리진 못했지만..다들 어딘가에서 잘 살고 계시리라 믿는다.

    살다살다 그렇게 괴로웠던 감기는 처음인 것 같다.
    30초도 제대로 숨을 쉴 수 없었던 코막힘의 괴로움..도대체 그 끊임없는 이물질은 내 몸 어디에서 생성되는걸까?
    부에노스에서 나는 코찔찔이가 되었다.
    온갖 증상을 동원했던..며칠동안 아무리 감기약을 들이부어도 소용없는던 그 증세는,
    가지고 있는 감기약을 다 먹어 어쩔 수 없이 현지에서 사 먹은 약으로 드디어 회복 기미가 보이기 시작했다.
    역시 현지 약이 독하긴 한가보다.

    참, 새로 옮긴 숙소는 따뜻하다 못해 자다가 더워서 깰 정도였다.


    # 지독한 감기로 맺어진 인연

    숙소를 옮기고 처음 며칠은 밖에 나가지도 못하고 민박집에만 쳐박혀 폐인 생활을 하고 있었다.
    투숙객중에 나와 비슷한 증세를 보이던 사람이 한 명 있었는데, 제대로 인사를 나누지도 못했던 우리가 친해진 계기가 있었으니..
    자다가 지쳐 거실에 나와 있던 그 때, 얼굴이 창백한 그가 갑자기 뒤로 쓰려졌다. 쿵!
    다들 놀래서 뛰어나오고, 엠블런스를 부르느냐 마느냐, 모두들 놀라고 급박했던 순간이었다.
    다행히 곧 정신을 차린 J.
    그만큼 그 당시 감기는 치명적이었다.


    # 드라마가 가져다준 즐거움

    민박집에 펴져있는 동안 한국 드라마 '온에어'를 해치웠다.
    원래 티비, 특히 드라마는 거의 보지 않던데다 페루에 있던 2년 동안은 최신 한국 드라마를 본 적이 없어서 그런 드라마가 있는지도 몰랐다.
    단원 생활하다보면 대부분 남는 시간 동안 드라마 많이 다운 받아서 보곤 하는데, 나는 가져간 영화도 고스란히 가져왔으니까;;
    유일하게 하나 본 게 있다면 그것 역시 여행중에 다른 단원 집에 머문 동안 봤던 '환상의 커플'.
    시간이 없어 다 끝내진 못했지만 진짜 배꼽 빠져라 좋아하며 봤던 기억이 있다.

    어쨌거나, 간만에 본 한국 드라마는 정말 재밌었고, 김범수씨가 그렇게 멋있는지도 처음 알게되었다는 ㅠㅠ
    사실 이 드라마는 내가 보려고 했던게 아니라...
    위에서 쓰러졌던 J가 옷을 잔뜩 껴입고 초췌한 모습으로 항상 거실에서 쇼파를 차지하고 앉아 그 드라마를 봤기 때문이다.
    나 역시 감기로 온종일 집안에만 있어야 했던 팔자였으니, 거실에만 나오면 틀어져 있는 그 드라마를 보다가 함께 빠져든거다;;
    결국 둘이 폐인이 되어서는 이틀인가만에 전 편을 끝내버렸다.
    마지막회를 볼 때에는 와인을 하도 마셔 정확하게 기억이 안난다는게 흠이긴 하다.


    # 잘못탄 버스. 부에노스 일주를..

    일이 있어서 센트로에 나갔던 날,
    숙소로 돌아올 때 메트로를 타기가 너무 귀찮아 버스를 타기로 하고는 대충 눈에 익은 버스를 잡아 탔다.
    모르면 물어보고 타야하는건데, 내 지랄맞은 성격은 헤매면 헤맸지 물어보는건 욜 싫어한다;;
    막히는걸 감안해도 30~40분이면 익숙한 동네가 나와야하는데,
    1시간이 지나도록 민박집이 위치한 동네는 나타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이 와중에도 사람들한테 물어보기는 끝까지 싫어서 머릿속에 그려진 부에노스 지도를 최대한 떠올려 내가 있는 위치를 추적했다.

    전에 한식을 먹겠다고 한참 고생했던 곳을 지나는 것 같기도 했다.
    그렇다면 이건 한참 북쪽인데????
    버스가 운행하는 길을 따라 내 머릿속의 네비게이션도 정신없이 작동하고 있었다.

    그 이후에도 한참을 달린 버스. 드디어 내가 전혀 어딘지 감도 잡지 못하겠는 외곽으로 들어선다..
    이때라도 나는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재빨리 내렸어야 한다.
    그게 시외로 빠지는 버스면 어쩔거야1!!

    그러나..
    끝까지 버티고 있는 나.
    '뭐 정 안대면...끝에서 내려서 택시타고 오지뭐.' (돈을 길에 버릴 생각이나 한다.)

    이렇게 포기하고도 한참을 지나 드디어 낯익은 지역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 버스는 진짜 부에노스 곳곳을 뱅뱅뱅뱅 돌아다니는 버스인가보다 ㅡㅡa
    구세주를 만난 마냥 버스에서 내려 민박집까지 걸어가는 그 길이 얼마나 뿌듯하던지!
    (이 버릇 못 고쳐 나중에 콜롬비아에서 제대로 당했다;)

    마음속으로 쿵쿵쿵쿵 거리면서도 부에노스 일주는 실컷 했다.


    # 결국은 가지 못한 우루과이

    이번에 다시 부에노스에 오면 우루과이에 다녀오려고 했었다.
    맘만 먹음 당일로 다녀올 수 있을 만큼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나라다.
    컨디션이 망가지면서 모든게 귀차니즘이 되어버려 결국은 가지 못한 나라가 되었지만 크게 아쉽지는 않다.
    어차피 그당시 우루과이는 내게 '여권에 출입국 도장 하나 늘어나는 나라'의 의미 정도만 부여해 줄 뿐이었고
    대신 나는 그 돈으로 부에노스에서 실컷 고기 먹고, 와인을 마시는것으로 즐거웠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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