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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년 12월 31일 23시 59분 59초와 2010년 1월 1일 0시 0초
    일상/흔적 2010. 1. 1. 00:24
    2009년 12월 31일 23시 59분 59초와 2010년 1월 1일 0시 0초 사이에는 물리적으로 1초라는 짧은 시간의 차이만 있을 뿐이지만 우리는 인위적으로 시간을 나누어서는 새로운 다짐을 하네 어쩌네 하며 호들갑을 떤다. 물론 그 마지막 1초가 지나기 전에는 다시는 만날 수 없는, 떠나가는 한 해를 정리한다고 또 한바탕을 한다. 정리벽이 있어 뭐든 나열해놓고 혼자 뿌듯해하거나, 조용히 마음속으로 지난 시간을 돌아보거나 하는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매년 그래 왔던 것처럼 올해도 어김없이 지난 한 해를 돌아보게 된다.

    1년 365일을 어디에도 구속받지 않고 내 자유의지로 온전히 사용할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 주어졌음에도 -평생 어쩌면 다시는 갖지 못할지도 모를 안식년이었지만-, 아쉽게도 난 그것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애초부터 뭔가를 하겠다는 거창한 목표 따위는 없었지만, 철저히 ‘놀아주리라’도 해내지 못했다. 다만, 지독하게 게으르고,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을 만큼 지독하게 삶에 대한 미련 없이 살아보기는 했다. 몸이 여유롭다고 하여 마음마저 여유가 따라주지는 않는 법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으면서도 느긋하게 걸으면 새로운 세상이 보일 거라는 신념도 여전히 존재한다.

    ‘그래서’ 떠나간 자와 ‘그럼에도’ 남은 자가 있다.
    ‘그래서’ 할 수 없게 된 것과 ‘그럼에도’ 하게 된 것이 있다.
    타인에게 상처받는 건 얼마나 어리석은가.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으로 돌아섰다고 해서 상처받을 필요는 없다. 지금의 동지가 내일은 떠나갈지도 모르니. 모든 것을 상황 탓으로 돌리기에는 그만큼 간절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삶이 그렇다. 누군가에 의해, 타인의 시선으로 좌지우지되는 삶은 참으로 치욕적이다.

    살고 싶다는 외침을 누르고 죽음의 그림자는 나를 죽였다. 그리고 나는 죽었다.
    이렇게 또다시 해를 맞이하게 된 것을 감사해야 하는지 원망스러워 해야 하는지 아직은 모르겠다. 약해질 대로 약해진 내 정신과 신체로 앞으로 얼마나 버티고 진전시킬 수 있을지, 수없이 반복했던 그동안의 반복이 쌓여, 종국엔 개나 줘버릴 희망 따위 없어질지도 모른다. 비우는 술잔으로는 마음이 채워지지 않는다.
    그렇지만, 2009년. 달리고 싶어도 달릴 수 없었던, 진흙탕 같던 시간이 이제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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