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는 소중한 것이고,
나보다 먼저 친구를 챙겨야 하며,
친구와의 의리를 지키는 것은 목숨만큼 중요하며,
나는 늘 친구의 편에 서야 하며,
주고도 바라지 않는 게 친구관계여야 하며,
친구가 외롭고 괴로울 땐 항상 옆에 있어야 하며...
그러나, 철이 들며 알아가는 것은 전혀 다릅니다.
그 누구도, 친구 아니라 부모와 형제도
나 자신만큼 소중할 순 없고,
목숨을 담보로, 재물을 담보로,
그 어떤 것을 담보로 의리를 요구하는
친구는 친구가 아니다.
늘 친구의 편에 선다는 것이 반드시 옳진 않다.
주고도 바라지 않기란 참으로 힘이 들다.
살다 보면 친구를 외롭고 괴롭게 버려둘 때가
허다하게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구가 되는 것이 친구다.
친구가 꼭 필요하냐는 질문에도 전과는 생각이 다릅니다. 전엔 반드시 친구는 필요하다 느꼈지만, 없으면 없는 대로 살아갈 수도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드니까요. 친구하자, 친구하자 하며 허덕이며 세상을 헤매느니, 없으면 없는 대로 혼자 놀 방법을 준비해야 한다 말하고 싶어집니다.
그리고 세상의 모든 친구에 대한 정의가 그 누군가를 향해서 하는 말이 아니라, 오직 자신에게 물어보는 질문임을 아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도 말해주고 싶습니다. 그렇게 살다보면 어느 한순간, 친구가 좀 못해도 나도 못하니까 별로 서운함도 없을 거고, 내게 말 한마디 걸어주는 세상 모든 사람들이, 준 것도 없는데 따뜻한 빛을 주는 해님이, 바람 주는 바람이, 보든 말든 피어 있는 들꽃마저도 너무도 감사한 마음이 한순간이나마 일게 될 거란 것도요. 그때가 되어야만 비로소 세상이 살 만하단 걸 알게 될 거란 말도 함께요.
- 노희경 /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