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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페루 병원 경험기
    페루:: Perú/일상 2008. 9. 25. 11:45
    말도 잘 안통하는 타지에서 아프면 그야말로 대략 난감인데..
    페루에서 그지같은;; 건강검진 두 번 받은것을 제외하면
    병원에 갔던 일이라곤 다행스럽게도-_- 치과와 검사를 위해 클리니까를 갔던 것이 전부다.

    이제 슬슬 귀국준비 하느라 며칠 전 정기검진겸 갔던 치과에서는 역시나 또 이가 썩어있어 2개를 치료하고 스케일링을 하고 마쳤다.

    그런데,
    그저께.. 페루 응급실을 가게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내가 아팠던것은 아니고..
    현재 페루에서 내가 빌붙어지내고 있는 동거인 K양이 아침에 일어나보니 다 죽어가고 있었다.

    전날 밤부터 배가 아프다고 하긴 했었는데, 좀 참으면 낫겠지 싶어 밤새 참았으나 아침이 되니 더 심해지고 있었던 것이다.
    사태는 더욱 더 심각해져서 K양은 제대로 누워있지도 못하고 죽어가고 있었다.

    혹시 맹장이라도 터진걸까? 왜 이러지??
    별의 별 생각과 함께 당혹감에 맘속으로는 허둥지둥 거리고만 있었다.
    한국이었다면 119에 앰블런스라도 부를텐데, 이곳에서는 어디에 연락을 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곳 저곳 알아보다가 내가 예전에 갔던 클리니까(뜨루히요에서 가장 크고 젤 낫다고 평가받는 병원)에 가기로 하고는 택시를 타고 병원으로 향했다.
    다행히 병원에는 응급실이 있었고, 병원 문을 들어서기도 전에 상태가 좋지 않음을 알아 본 경비원의 안내로 바로 응급실로 향할 수 있었다.

    의사와 간호사가 환자의 상태를 묻는 질문 간단히 몇 개를 하고는 보호자 따라오라고 하여 가봤더니
    약국에 데려가서 주사기와 약을 사게 하고는 그 것으로 K양에게 주사를 놓았다.

    '뭐야..지금 사람이 죽어가는데 나중에 청구하지 이걸 직접 사서 줘야 하는거야?'
    좀 어이가 없었지만 그럴걸 따질 때가 아니었다.

    결국 K양은 그 날 입원 결정이 내려졌다.
    입원 서류를 작성하는데, 선불로 300솔(약 100불 정도)을 내야 한단다.
    다행히 돈을 좀 챙겨간터라 입원수속을 진행했다.

    약 처방전을 써주며 이걸 또 사야한다길래 다시 약국으로 사러 갔더니 링겔 두 병과 주사기, 링겔 호스, 약 등이었다.

    아파서 죽는다는 사람 휠체어에 태어오면서 간호사는 계속 전화질하며 하하호호 긴~ 수다를 떨고,
    '일회용' 이라고 떡하니 써있는 주사기를 다시 썼으며 (같은 환자가 썼던 것이기는 하지만),
    밤에 갑자기 다시 찾아온 복통으로 응급사태가 벌어진 상황에서 처방전을 써주고는 앰플을 사오라고 하지 않나 (그것도 아주 천천히! 몇 번이나 찾아가서 이야기 한 끝에!)...

    그 외에도 당황스럽고 어이없게 만든 사례는 더 있지만 이야기 하자면 끝이 없다.

    입원금 선불을 내는거나, 약을 미리 사게 하는거나..
    가난한 나라에서 병원비를 떼먹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인 것은 알고 있으나..
    300솔 씩이나 나가는 입원비 선불은 그렇다 치고
    응급상황에서 사오라고 했던 앰플은 고작 2솔(약 600원)도 안하는 거였는데!
    고작 2솔 때문에 사람을 그렇게 고통속에 방치해 두어야 했다는 것에 화가 치밀었다.

    어쨌거나 K양은 간밤의 위기를 넘기고 다음날 퇴원을 했다.
    하룻밤 병원비에 약 150불에 달하는 병원비가 들었다.
    돈이 없는 자들에게 아프면 그냥 죽으라는 소리다.

    어두운 밤 병원 복도를 걸으며 돈, 건강, 사람들. 이것들이 복잡하게 얽혀져 조금 괴로운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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