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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년 10월 2일] 다카 → 싱가포르
    여행:: 아시아/05' Bangladesh 2005. 12. 8. 00:30

    ☆ [2005년 10월 2일 : 다카 → 싱가포르]

    결국. 마지막 날이 밝았다.

    배낭은 작은데..대책없는 짐들을 챙기는데만 오전을 다 보낸 것 같다.

    올 때는 꽤 가볍게 왔는데...이것저것 하나씩 챙기다보니ㅡㅡ;;

    우빈이 이사짐 쌀 때 구석에 처박혀 있던 태극기도 내 차지가 되었다.

    "넌 대체 태극기를 왜 이렇게 간수하냐!"

    그러고는 고이 내 가방 속에...(지금은 내 방에 걸려있다.)

     

    점심을 먹으러 가기 전에 들러야 할 곳이 있었다.

    이번 여행에서 내가 꼭 해보고 싶었던 일.

    나에게 편지쓰기..

    손으로 그린 예쁜 그림카드를 사서는.. 그리스 식당으로 갔다.

     

    그리스 식당은 이곳에 처음 왔을 때부터 가려고 했었는데..마지막 날에야 겨우 오게 됐네..

    칵테일과...

    올리브 샐러드...

    그리고 메인 요리들..

    사실..이런 거창한 음식을 먹고자 온게 아닌데....

    난 그저...그리스 파로스섬에서의 그 삐따 맛을 찾을 수 있을까 기대했었으나...

    삐따같은 서민-_-음식은...찾을 수가 없었다;;;

     

    가격은..우리나라 패밀리 레스토랑과 비슷하거나 약간 비쌌으니...

    아마 최고로 비싼 식사를 했지 싶다ㅡ

    후식까지 주문해주는 센쓰.

    "많이 주세요"를 외쳤지만...양은 겨우 조만큼;;;;

     

    밖에는 오늘도 비가 부슬부슬 내린다..

    불과 몇 개월 전 까지만 해도 생각치도 못한 나라의 어느 고급 레스토랑에 앉아 창밖으로 흩날리는

    빗방울을 바라보는 기분도. 꽤 그럴싸하다.

     

    아까 사온 그림카드를 꺼내어..나에게 보내는 카드를 쓰기 시작한다.

    내가 한국에 돌아가 또 다시 일상에 정신없어하고 있을 때 즈음 이놈은 내게 오겠지.

     

    시계의 시침이 점점 이곳을 떠나야 할 시간과 가까워 질수록 느껴지는 서운함과 불안.

    내 앞에 앉아있는 친구란 저놈은..아직까지도 자기와 같이 동남아를 돌자며 꼬셔대고 있다.

    (사실..비행기 티켓까지 끊어주겠다는데에 유혹을 아니 느낄 수 없다..ㅠㅠ)

     

    대사관에 들려 보성언니와 무영오빠에게 인사를 하고...

    이것이 한국 대사관..이 바로 건너편에는 으리으리한 모습으로 미국 대사관이 자리잡고 있다.

    대체. 하필이면. 왜. 미국 대사관 바로 건너에.

    그것도 무슨 미국 대사관의 별채인 듯한 모습을 하고 있어야 하냔 말이다.

     

    두 대사관을 비교할 수 있도록 한 컷에 담지 못한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오히려 정신건강에는 안찍은게 낫다. (그나마 이것도 릭샤 위에서 겨우 찍은 것.)

    마침 비가 그쳤다. 이제 내가 떠나고 나면 내내 해가 비치겠지?? ㅡㅡ"

    흐린 하늘...그러나..이렇게라도 하늘을 올려다 볼 수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다.

    마지막 날이라고..돈좀 쓰는데....

    아이스크림 가게...맛있었는데.....

    출국하기 전 다시 찾아간 곳은 톱카피.

    마지막으로 시샤를 피러...

    그리고..텁텁한 터키쉬 커피가 그리워서....

     

    오늘도 역시 마르끄가 있었으나..

    오늘 간다고는..말하지 않았다..그렇게 말하고 나면...슬퍼져 버릴 것 같았기 때문에.

     

    시샤의 세계에 막 빠져들려고 할 때 즈음.. 주변이 암흑으로 변했다..

    정전 ㅡㅡ;;;;

    가는 날까지...이벤트를 만들어 주는군..

    촛불을 켜고 고요한 우리만의 아지트에 있으려니...오히려 운치도 있는 것이..그냥 계속 정전이었으면...

    (공항까지 정전되면 곤란하지만;;;)

     

    전력이 약해서 자주 정전이 되는 이곳에서..그러고 보면..덕분에 더 많은 추억을 남긴 것 같다.

    불이 들어오지 않는 욕실에 랜턴을 들고 들어가 샤워하기,

    캄캄한 어둠 속에 초대받아 저녁먹기,

    릭샤타고 사거리를 건널 때 도로 전체가 정전이 되어 암흑에 빠진 일,

    그 거리에서 내려 건물을 올려다본 순간 네온사인이 터져 버린 일...등등..

     

    이제 당분간 시샤에 취할 일은 없겠지...

    마지막 저녁은 삼다도에서 먹기로 했다. 옥주언니, 세웅오빠와 함께...

    여행이란...어쩌면 평생 스치지도 못했을 사람들을 만나서

    잠시 스치는 그 짧은 시간에도 친구가 될 수 있는...귀한 인연들을 만들어준다.

    이곳을 떠나는 나를 위해..마지막 밤을 함께 해 준 이들..

    피곤할 텐데도 공항까지 동행해준 이들에게 느끼는 고마움은..무엇으로도 표현할 수 없다.

    까칠한 방글라 공항....출국자 아니면...들어갈 수도 없다;;;

    여기까지가..같이 할 수 있는 한계.

    이제 헤어져서 혼자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하니..조금은 실감이 났다.

    옥주언니는..나를 시작으로 하루걸러 하루씩 사람들을 떠나보내야 한다.

    떠나는 사람도..떠나보내는 사람도...헤어짐은 항상 마음이 아프지만..헤어져야 또 만나는거 아니겠어 인생이.

     

    모두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짐을 실은 카트를 끌고는...공항 안으로 들어갔다..

    뒤에서 꽂히는 시선이 느껴졌지만....끝까지...뒤돌아보지 않았다...왜 그랬는지는..나도 모르겠다.

    너무 일찍 공항에 도착 했나보다...혼자 이곳 저곳 돌아다니고..사진 찍기 놀이를 해 보아도..시간은 여전히 그대로.

    정말 혼자가 되어 버렸다.

    무엇을 했는지도 모르게 지나가 버린 지난 며칠.

    인연이란 신기하다. 얼굴 본 횟수는 몇 번 되지도 않은 사람을 믿고 비싼 비행기 값을 투자하여

    먼 곳까지 날아오게 하는 힘.

    몇 번 입출국을 해봤어도. 지금처럼 마음이 짠 한적이 있었던가..?

     

    이런 저런 상념들로 어느덧 보딩시간.

    몸 수색을 하는데...무섭게 생긴 어떤 아줌마...날 이상한 곳 작은 방으로 끌고 가더니...

    손으로 내 몸을 만지며 수색을 한다...

    아...이건 너무 기분 나쁘잖아..ㅠㅠ

     

    신문하나 집어 들고 자리에 앉았는데....

    배용준 기사가 한면에 걸쳐 실려있네;;;;;;

    다음장엔....박지성의 플레이에 관한 기사....

    뭐 3골을 어시스트했다며...한국인들의 기사를 보는 것도 꽤 기분좋은 일이군.

     

    발리 폭탄테러 사건만 없었어도..기분좋게 신문을 덮을 수 있었을 텐데....

    테러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어요....ㅡ,.ㅡ

    자...이제 집으로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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