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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월 25일] 카이로
    여행:: 지중해, 중동/04' Egypt 2004. 11. 1. 06:27
    어느새 이집트 영공에 들어섰다.

    창밖으로 보이는 화려한 불빛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나도 모르게 은근히 이집트라는 나라를 무시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이래뵈도 이 나라의 수도인 카이로라구..

    비행기에서 보는 야경은 정말 '와우~'하는 감탄사가 나오기에 충분했다.

    비행기가 착륙하고..사람들을 따라 입국심사대로 갔다..

    입국심사를 하기 전에 비자를 사야 하는데..

    이집트 비자는 우리나라에서 미리 받아가도 되지만, 공항에서 쉽게 살 수 있기 때문에 대부분 그냥 온다.

    우표같이 생긴 $15짜리 비자를 사서 여권에 붙이고, 하루정도 쓸 돈을 환전했다. 역시나 공항 환율은 좋지 않다.

    여러 대의 비행기가 도착했는지 입국 심사대는 사람들로 붐볐다.

    한참을 기다려 내 차례가 오고..심사관은 나를 한번 쓰윽 보더니 여권에 도장을 쾅 찍고는 돌려주려다가

    내가 소진과 일행인 것을 알아채고는 둘의 여권을 돌려줄 생각은 않고 저 구석에 가서 앉아 있으랜다;;

    아......결국 잡혔구나..ㅠㅠ

    비행기 안에서 설마..했던 일이 일어나 버린 것이다.

    이집트 공항에서 한국인들을 잡는 것은 유명하다. 이유는 바로 돈.

    돈을 바라고 사람들을 통과시켜 주지 않는데, 한국사람들이 은근 슬쩍 돈을 잘 찔러주기에 더 한 것 같다.

    시키는대로 구석에 있는 의자에 가서 남들 입국심사하는 것을 지켜보는 수 밖에 없었다.

    근데 이놈들 하는 짓을 보자니..서양인들에겐 웃으며 통과시켜 주면서 동양인들은 통과 시켜주지 않고 있었다.

    이것들이 인종차별하네...지네는 아프리카인들 주제에..(<- 이때는 이렇게라도 욕을 해야 덜 억울했다;;;)

    줄 서있던 사람들의 입국심사가 모두 끝나고 공항은 썰렁해졌다.

    내가 앉은 주위로 사람들을 둘러보니..나처럼 잡힌 사람은 인도, 싱가포르, 중국, 일본..그리고 나 한국..

    '그래..니네가 몇푼 바라고 이러나본데..내가 니들한테 돈을 쥐어줄 것 같으냐?'

    새벽에 도착한 터라..숙소잡기도 애매할 것 같고..공항에서 노숙할까..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오히려 잘됐다 싶었다.

    그래도 아무 이유없이 잡혀서 시간만 점점 흘러가니 불안해지는 마음은 어쩔 수 없다..

    잠시 뒤에 인상 팍팍 쓰며 입국심사하던 사람이 오더니..항공권과 ID카드를 요구한다.

    '이런 망할..ID카드가 어딨어. 여권이 내 신분증이지. 지네가 가져가놓고..'

    항공권과 국제 학생증을 내밀었더니 히죽 웃으면서 조사를 해봐야 하니까 걱정하지 말고 기다리란다.

    이자식들아. 니네가 내꺼 다 가져가놓고 국제미아가 된 기분인데..걱정이 안되냐?

    내가 불안해 하는 것 같았는지..옆에 있던 아저씨가 말을 걸어온다.

    "걱정하지마..쟤네 원래 그래.."

    "도대체 왜 잡아놓는 거에요?"

    "조사하느라고 그래...실은 지네가 심심하니까 저러는거야..

    나는 싱가포르에 사는데..일 때문에 이집트에 자주와..

    그런데도 올 때마다 잡혀...조금있으면 보내주니까 마음 편히 가져..근데 오늘은 좀 오래 걸리네.."


    아저씨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웃으며 말씀하신다. 아저씨 말씀덕에 불안한 마음은 어느 정도 가라앉았는데..

    걱정되는 것은 저밖에 무참히 뒹굴고 있을 내 배낭..ㅠㅠ

    저것들이 혹시 내 배낭마저 꿀꺽 하는 건 아니겠지;;;

    내 생각을 알아채기라도 했는지..다행스럽게도-_- 공항경찰 동원하에 밖에 나가서 짐을 찾아오게 해줬다.

    그런데..조사한다고 간 이놈들은 조사는커녕 모여서 수다만 떨고 있다...확 그냥!

    비행기가 또 도착했나 보다..사람들이 밀려나왔다..가만 지켜보자니..한국인으로 보이는 여행객 2명.

    그들도 어김없이 잡힌다 ㅡ,.ㅡ 한국 대사관에서는 이런 사실 알고 있기나 한거야?? 굉장히 기분 나쁘네..

    잠시 후에 사무실에서 오라고 했다..조회를 했는지 어쨌는지...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여권, 항공권, 학생증을 넘겨주고는..

    이제 가도좋다고 한다.

    그 옆에는 아까 그 한국인 여자 2명이 막 따지고 있었다..무슨 문제냐 왜 잡고 난리냐;; 오..세게 나오는데;;

    "한국인이세요?" 용기 내서 말을 걸어보았다.

    "아..네.."

    "그 쪽도 잡히셨나 보네요..저흰 2시간동안 잡혔다가...이제 가라는데..아마 오래 잡아둘거에요."


    나는 마치 이런 일을 아주 잘 알고 있기라도 한 듯..여유롭게 심사대를 빠져 나왔다.

    벌써 시간은 새벽 3시..붙잡아둘거면 더 오래 붙잡던가...시간만 더 애매하잖아..ㅠㅠ



    공항에는 사람도 없고..택시를 타고 그냥 시내로 들어갈까..몇 시간 더 버틸까...한참 고민하고 있는데..

    공항직원처럼 명찰을 단 한 남자가 다가와 자기가 안내하는 버스를 타라는 둥 귀찮게 한다.

    이집트 공항에서는 이런 사람들을 조심해야 한다. 공항직원으로 사칭한 여행사직원들이기 때문이다.

    저들에게 걸리면 그대로 바가지. 들은 척도 안했더니 궁시렁 거리며 간다.

    아아아아...지겨워....

    그때 아까 그 한국인 2명이 나오는 것이 보였다.

    뭐야? 저사람들은 왜 이렇게 빨리 보내줘?? 괜한 이 억울함 ㅡ,.ㅡ

    서로 눈빛을 한번 주고받고는 그들은 밖으로 나가 버렸다.

    나는 그들이 차를 타고 가 버리기 전에 얼른 뛰어나가 그들에게 다시 말을 걸었다.

    "저..지금 어디로 가세요?"

    "저흰 힐튼 호텔로 가는데요.."


    뭐냐;; 힐튼이라니;; 호텔팩이었다. 돈 많은가봐 ㅡㅡ^

    "힐튼 호텔이면 타흐릴 광장에 있죠? 택시타고 가시나요?"

    "네..이제 택시를 흥정해야 하는데..."

    "그럼 저희랑 같이 가실래요? 저희도 타흐릴 광장으로 가는데.."


    서로 손해볼 것은 없었다. 한 차에 다같이 가면 그만큼 돈도 적게 들고..흥정하기도 쉬웠으니까.

    그나저나..나 모르는 사람한테 이렇게 막 말 걸고..이상해졌다 ㅡ,.ㅡ

    35LE (이집션 파운드. 1파운드당 약 200원)에 택시를 잡아타고는..그때부터 차는 신나게 달린다.

    "근데 생각보다 일찍 나오셨네요?"

    "두 시간 잡혀있었다는 소리 듣고 저희는 계속 사무실에 가서 귀찮게 했어요. 빨리 보내 달라고..까르르~"


    음..그래;;;;

    카이로의 새벽거리를 달리는데...내 눈에 보이는 모습들은 내가 생각했던 이집트가 아니었다.

    높게 솟은 고층 빌딩 숲. 화려한 네온사인. 와..죽이네..

    30분 이상을 달려 타흐릴 광장에 도착하고, 20파운드를 그녀들에게 주고는..먼저 내렸다.

     

    깊은 새벽. 생판 모르는 곳 도로 한복판에 덩그러니 버려진 느낌..

    우선 숙소를 찾아야 했다. 도로는 생각보다 잘 정비돼 있어서 숙소를 찾는 것은 쉬웠다.

    문제는 길을 건널 때 인데...이집트에는..특히 카이로는 혼잡한 교통으로 유명하다.

    카오스. 말 그대로 혼란. 그 자체다. 지금은 새벽이라 차들이 많이 없었지만..

    새벽이라 차들이 속도는 그만큼 광란의 질주-_-였다. 그 사이를 뚫고 길을 건너야 한다!

    횡단보도가 없으므로;;; 있어도..운전자든 보행자든..지키는 사람이 없으므로;;

    빠~앙~ 시끄러운 경적을 뚫고 냅다 뛰어서 겨우 숙소에 찾아들어갔다.

    숙소 이름은 'new sun hotel'

    말이 호텔이지...복도는 어두 컴컴..으스스..끔찍한 소리지만 여기서 살인이 나도 아무도 모를 것 같다.

    엘리베이터를 탔는데..성인 3명이 타면 꽉 찰 것 같은 좁은 엘리베이터에..올라가는 동안

    회색의 시멘트 벽이 다 보이는..공포의 엘리베이터.

    그래도 문이 꽉 닫혀서 옆에 접촉이 되어야먄 엘리베이터가 움직인다.

    도착하면 내가 문을 밀고-_- 내리면 된다.

     

    5시가 다 되어가는 때였으므로..숙박비를 깎아보려 했지만..무뚝뚝한 주인은 한치도 물러서질 않는다.

    사람이 없으니 도미토리를 쓰라고 했지만..너무 피곤했다..혹시라도 들어올지 모르는 손님에게 방해받고 싶진 않았다.

    더블룸을 잡고 들어갔는데...오 갓.

    매트리스는 푹 꺼져있고..시트는 눕기 싫을 정도로 지저분해 보이고..옷장은 먼지 투성이에...문도 잘 안잠기고;;;

    이곳이 여행자들 사이에서 깨끗하다고 알려진 곳이라니..앞으로의 여행이 끔찍했다.

    우선 침낭을 깔고 잠부터 잤다..벌써 시간은 5시 30분...

     

    눈을 떠보니 10시였다. 밤새 고양이가 발코니 문을 긁어대는 통에..잠을 설쳤다.



    난 고양이가 정말 싫어..ㅠㅠ

    조용한 밤중에 '야옹~'하는 소리를 들으면 소름이 끼치는게.....

    문틈으로 내다보니 고양이가 쳐다보고 있다. 네놈이 밤새 시끄럼게 군 놈이구나..그래도 새끼 고양이네...

    배가 고픈지..쉴새없이 야옹 거린다...

    근데 어쩌지...나도 먹을 게 하나도 없어...ㅡ,.ㅡ

    밤새 문을 어찌나 흔들어댔는지..바깥쪽 문은 열려 있었다. 안쪽까지 열려서 고양이가 들어왔으면 난 기절했을거야.

    문을 꼭 걸어 잠그고 숙소에서 제공하는 아침을 먹으러 나갔다.

    맛없게 생긴 빵 몇 조각과 삶은 계란, 홍차가 전부였지만..먹을만 했다.

     

    환전도 하고, 아스완행 기차표도 살 겸 밖으로 나왔다.

    어디서 환전을 할까 어슬렁거리고 있는데..한 남자가 다가온다.

    "안녕~ 어디가?"

    인사만 슬쩍하고 그냥 지나갔는데 왔다갔다 하는 동안 계속 마주쳐서..할 수 없이..

    "환전하려고 하는데..아는 곳 있어?"

    "내가 해줄게"

    "얼마에 해줄건데?"

    "6.2파운드"

    공항에서 6.16에 했는데;;

    "6.3에 해줘"

    "안돼"

    한참 흥정하다가...6.25에 합의를 보고는 그 사람에게 이끌려 어느 파피루스 가게에 들어갔다.

    다른 사람이 돈을 환전하러 간 동안 이것저것 물어보더니..내일 피라미드 보러 간다니까 자기네 집에서 투어를 신청하란다.

    "미안하지만..벌써 숙소에다 말해놨는 걸.."

    "거긴 얼만데?"

    "1인당 35파운드래"

    "그거 기자만 가는거지? 우린 멤피스랑 사카라도 다 데려가 줄게."

    "거기 모두 다 가는 건데?"

    "그럼 분명히 다른 여행 객들도 한꺼번에 데려가는 걸꺼야..우린 너네 둘만 태울거야."

    아...몇 명이 가는 건지를 확인 안해봤구나;;;;;

    "음..확인해보고..다시 올게.."

    "이따오면 늦어. 내일 갈거면 빨리 말해줘야 한다고."

    굉장히 끈질겼다. 파피루스 가게가 좀 어두웠는데..왠지 문 잠궈 버리고 못나가게라도 할 것 같았다. ㅡ,.ㅡ

    간신히 이따 다시 꼭 오겠다는 약속을 하고는 겨우 빠져 나왔다..나오면서..

    "참..람세스역에 갈건데..여기서 얼마나 걸려?"

    "걸어서 갈거야?"

    "응"

    "이길로 쭉 가면 10분이면 금방이야."

    "아..그래? 고마워."

    "저쪽보다 이쪽길이 더 빠르니까 이쪽으로 가..안녕"

    걸어갔다. 10분은커녕 30분을 걸어도 람세스역은 보이지도 않는다.

    차들은 빵빵대지..날은 덥지..40분 정도를 걸어서 겨우 람세스역에 도착했다.

    내가 다시는 걸어서 몇 분 이라는 현지인들 말을 믿나 봐라.

    이지역 사람들은 어찌 이리도 거리, 시간 감각이 우리랑 다른 건지;;;

     

    람세스역에 도착해서도 표 끊는 창구가 하도 많아서 어디서 끊어야 하는지 헤매고 있었다.

    하얀 제복을 입은 경찰이 다가오더니 친절히 알려준다.

    알려준 창구로 가보니..사람들의 줄이 너무 길다;;;

    그런데 그 경찰은 우리를 맨 앞으로 데려가서는 표를 사라고 하고는 가 버렸다.

    아..민망해라;;; 가뜩이나 사람들이 쳐다봐서 무안한데..이렇게 맨 앞으로 데려오면 ㅡ,.ㅡ

    원래 아랍국가에서는 여자들은 줄을 설 필요가 없이 앞으로 가서 바로 사면 된다.

    그렇지만;; 막상 그러려니 너무 민망스럽잖아;;

    뻘쭘해서 그냥 옆에 있었더니..표 파는 아저씨가 다른 사람들한테 막 화를 낸다. 조금 이따 사라고..

    그러고는 우리보고 어디로 가냐고 묻는다...사람들 일제히 시선 집중..아..진짜 민망;;

    학생 할인해서 2등석으로 아스완행 기차표를 끊었다.

    나가려고 하는데 어느새 아까 그 경찰이 오더니 표를 보자면서..내일 몇시 어디 좌석 몇 번인지를 확인해준다.

    다 아랍숫자로 써 있었기 때문에;;

    이집트는 경찰도 돈에 눈이 멀었다던데..이 아저씨도 혹시 돈을 요구할까 싶었지만..그런 일은 없었다.

    이렇게 사람을 못 믿어서야 원 ㅡㅡa

     

    다시 걸어갈 일이 끔찍하여..전철을 타기로 했다. 



    이집트에 전철이 있다는 것은 여행을 준비하면서 처음 알 게 된 것이다. 메트로가 2호선 까지 있었다.

    75피아스타(150원정도)에 전철표를 끊고..

    역시나 모든 사람들의 시선 집중이다..ㅡ,.ㅡ

     

    타흐릴 광장에 도착..

    말로만 듣던 이집트의 더위. 정말 머리가 벗겨질 것 같다. 강력한 태양 때문에..말 그대로 뜨겁다.

    그렇지만 그늘에 들어가면 시원하고...우리나라 더위처럼 습한 더위가 아니라 참을만 하다.

    환전하고 표 사느라 시간을 다 보내서..점심시간도 훌쩍 넘어 버렸다. 뭘 먹을까 하다가 오늘은 첫날이고..

    배고파서 더 돌아다니지도 못하겠고..타흐릴 광장 바로 앞에 있는 KFC로 들어갔다.

    캬~ 시원한 에어컨 바람 속에서 먹는 햄버거..근데 너무 비싸다;;

    세트메뉴의 가격이 우리나라와 거의 비슷했는데...이들의 물가와 비교해본다면..정말 고급 음식인 셈이다.

    우선 여기 들어오는 사람들의 피부색부터가..여자들은 화장을 뽀~얗게 해서는...

     

    좀 쉬려고 숙소로 돌아갔다. 무심코 내 발을 봤는데...까무라칠뻔 했다. 완전 새깜둥이..

    차 매연에 발이 새까매져가지고는..한 시간도 안걸었는데 이렇게나...놀랍다..

    아무리 박박 닦아도 지워지지 않는;;; 그러나 이 더운 여름에 운동화를 신고 나갈 수는 없다. ㅡㅡ^

     

    어느덧 해가 졌다. 인터넷 카페에 가려고 다시 밖으로 나왔다.

    길을 걷는데 또 누가 말을 건다.

    "안녕? 이름이 뭐야?"

    슬쩍 봤다..웬 아저씨 ㅡㅡ;

    "난 지선이야. 넌?"

    "난 무지스. 이집션인데..캐나다에 살아."

    "그래? 난 한국에서 왔어."

    "아. 그렇구나. 어디가?"

    "인터넷하려고..저기 있는 카페가 좋다던데?"

    "응..저기 빠르고 그리 비싸지도 않아."

    인터넷 카페까지 걸어가면서 많은 얘기를 한 것은 아니지만..친절한 사람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곳도 사람사는 곳인데..난 너무 이집션들의 안좋은 소리만 듣고 지레 겁을 먹어 마음을 닫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우린 이제 들어가봐야겠다"

    "그래. 여행 즐겁게 해~"

    이곳 사람들은 걸어가기만 해도 쉽게 말을 걸어온다. 처음엔 정말 익숙해지기 힘들었는데..

    무뚝뚝한 한국사람들과는 다른 맛이 있다..

     

    인터넷 속도는 생각보다 빨라서 놀랬다. 우리집 컴보다 빠르잖아;;;

    터키도 모뎀을 사용하는데..언제 이집트가 IT강국에 낀거지 ㅡ,.ㅡ

    디카 사진을 USB메모리에 옮기고..간만에 컴좀 했다. 한글도 깔려있고..좋아~

     

    벌써 저녁때. 어디선가 본 이집션 식당을 찾고 있는데 또 누가 따라오면서 아는척을 한다. 가만 냅두질 않아;;

    "어디가?"

    무시했다 ㅡ,.ㅡ

    "너네 인터넷 카페에 있었지? 거기서 좀아까 너네 봤어."

    "아. 그래? 난 모르겠는데 ㅡㅡa"

    "어디 가는거야?"

    "저녁 먹으려고. 쿠사리 먹을라고 하는데 저기 보이는 식당에 가려고."

    "저기 비싸. 내가 싸고 맛있는데 알려줄께"

    그러더니 한참을 골목골목으로 이끌고 간다. 길 잃어 버릴 까봐 기억하느라 머리좀 썼다. ㅡ,.ㅡ

    걸어가면서 이어지는 자기소개-_-

    쿠사리 가게에 도착했는데. 완전 현지인 식당! 오직 이집션들만 있는!

    여기까지 안내해줬으니..돌아 갈수도 없고..가게 안에 들어서는 순간 역시나 시선집중.

    근데. 얜 왜 안가고 같이 먹는다는거야?

    내 생각을 읽기라도 했는지. 돈은 각자 내는 거니까 걱정 말란다.

    아니;; 돈이 문제가 아니라(실상 가격은 정말 쌌으므로)..같이 먹자는 소리도 안했는데 이건 예의가;;

    그의 이름은 모하메드. 모하메드의 말빨은 끝내준다.

     



    이것이 이집션들이 즐겨 먹는 대표 음식. 쿠사리!

    처음에 이름듣고 진짜 웃었다. 나 쿠사리 먹어~



    마카로니와 스파게티면, 쌀과 기타 잡다한 것들을 섞어서..소스에 비벼 먹는 건데..

    혹자는 개밥-_-같다고 싫다 했다.

    먹어도 먹어도 줄지 않는 엄청난 양. 맛은 그럭저럭. 처음 먹는 쿠사린데 실망이야 ㅠㅠ

     

    다 먹고 나니 모하메드가 차를 마시러 가잔다. 거절하기도 뭣하고 해서 따라 나섰는데..

    길가의 어느 찻집으로 갔다.

    찻집 안에는 온통 아저씨들이 홍차를 마시며 시샤를 피고 있다.

    차를 주문하는데...여기서 또 내 의심병 작동. 여행중에 차에 약 타서 먹이고 당한 사람들의 이야기 뇌리에 스침.

    그리하여. 잔머리 굴려. 캔콜라를 시켰다;;;;



    이것이 시샤. 물담배인데..약간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 저 기다란 통 중간에 연결된 호스를 빨면

    신기하게도 맛있는(담배가 여러가지 맛이 난다. 딸기향, 사과향, 박하향 등등등) 연기를 마시게 된다.



    모하메드가 피겠다고 시킨 것이었는데. 기어이 우리보고 펴보라고 한다.

    결국엔 셋이 번갈아 가며 다 피웠다;;

    이것참..뭐랄까..정신이 약간 몽롱해지는게..우후후.

     

    여기까지가 딱 좋았다. 이놈이 슬슬 작업을 걸기 전까지는!

    가려고 하니 그때부터 끈질긴 작업 시작.

    자기 친구랑 넷이서 사막투어를 가자는 둥 공짜로 여행을 다 시켜주겠다는 둥

    전에 한국 여자친구가 있었는데 그래서 한국여자들이 좋다는 둥.

    그러면서 지갑에서 사진을 보여준다. 이때만 해도 진짜 여자친구가 한국인이었나 보다 했다.

    질긴 여행제의를 거절하느라 한참 혼을 빼고 나니..사진 있으면 하나만 달란다.

    이런 식으로 사진 모아서 여자들 꼬시는구나? 이런 뷁

    내일 아스완에 가야한다고. 겨우겨우 이야기를 마무리하고 일어나려는데 기어이 자기가 돈을 내겠단다.

    아무리 말려도. 친구로서 사주는 거니까 거절하면 슬프다나;;;

    뭐. 덕분에 콜라는 잘 마셨네. 여기 콜라도 비싼데 ㅡ,.ㅡ

     

    피곤해서 일찍 들어가봐야겠다고. 헤어져서는 슈퍼에 들러 이것저것 사고 숙소로 가는 길에

    누가 또 아는척을 한다. 악! 누구야!!

    이번엔 모하메드 친구까지 합세.

    "아까 얘기했던 내 친구야"

    "안녕? 나 모하메드 친구 XX(기억안남)인데. 같이 놀러 가기로 했다면서?"

    뭣이라? 언제?

    "그런 말 한적 없는데? 아까 분명 싫다고 했어"

    "왜? 같이 놀자ㅡ 잼있을거야. 난 카이로 대학에 다니고. 모하메드는 아메리칸 대학에 다녀."

    아하하하. 드디어 걸렸다. 이자식들.

    카이로에는 대학생(특히 카이로 대학)이라고 속이고 여행자들에게 접근해서 사기 치는 놈들이 많다.

    힘들었다. 이들과 헤어지기..ㅠㅠ

     

    숙소에 돌아오니 진이 다 빠진다. 이집트 첫날의 마지막이 안좋았지만.

    이들도 스쳐가는 사람들 중 하나다. 좋게 생각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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