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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상으로의 복귀
    여행:: 남아메리카/06'~08' Peru 2007. 2. 21. 23:34


    긴 여행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왔다.

    너무 오래 집을 비워둔 탓에 혹시 집에 무슨일이 생기지나 않았을까 걱정했지만,

    고지서 용지들과 수북히 쌓인 먼지들이 나를 반겨주었다.


    폭발할 것 같은 열기.

    이틀 전 까지만 해도 해발 약 4천 미터 지역에서 춥다고 잠바를 껴입고

    바지를 두개나 입고, 발이 시려워 제일 싫어하는 양말까지 신고

    침낭속에 쏙 들어가 바들바들 떨며 잤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페루는 땅떵이가 너무 넓어.

    그래도 올해는 이렇게 뜨루히요의 열기를 피해 다녔는데,

    내년 이맘때는 어데로 가야하나...


    비행기를 타고 리마에 내렸을 때 느껴지던 80%의 습기.

    그래..습한 리마에서 사는것 보다는..그래도 뜨루히요가 낫지. 더운거 쫌(?)만 참음 되잖아.

    아레끼빠에서 리마까지 비행기로 1시간 20분만에 왔는데,

    공항에서 버스터미널까지 1시간이 넘게 걸리는;;;

    길이 막힐까봐 뱅뱅 돌아와주신 택시 아저씨덕에 바닷가를 드라이브 하며

    토할 것 같은 바다비린내를 실컷 느낄 수 있었네~

    하도 높은 산들만 보다 왔더니, 이제는 바다를 보고 신기해하는 costa 아이들.


    집에오니까...그렇게 때만되면 밥달라고 아우성 치던 내 뱃속 그지들도 잠잠해지고.

    식욕이 뚝 떨어진게..더워서 그런가?

    훙힌이는 공항에서 아나콘다 친구들을 3번이나 만나러 갔었는데

    나는 집에와서 계속 쭉쭉이다.

    고지대에 있다가 내려온 탓에 강해진 압력으로 위와 장이 줄어든 탓이 아닐까 하는 혼자만의 추측.


    그래도 저녁은 먹어야지. 하루종일 아무것도 안먹었잖아.

    아직 장을 보지않아 텅텅 빈 냉장고를 보고 대략 난감해 하다가

    그동안 너무도 먹고 싶었던 고춧가루 팍팍 푼 라면이 생각나

    양파 송송, 마늘, 고춧가루 넣고 라면을 팔팔 끓여 먹는데

    왜 그렇게 맛이 없니.

    역시 라면은..사람들이랑 부대끼며 먹어야 하는건데..


    잠이 또 밀려와 잠시 누워있는다는것이 또 불켜놓고 컴 켜놓고 아침까지.

    집에 온게 맞긴 하구나! 잘 준비 안하고 기절쇼 하는거 보니..ㅋㅋ


    내일 모레는 학교에 나가봐야하고, 이제 나의 탱자탱자 놀던 시절도 끝이다.

    여태 잘 놀았으니 이제 일을 해야지.

    집에서 뒹굴거릴 시간도 이제 이틀밖에 남지 않았어!!!! ㅠㅠ


    변아공님이 사준 오렌지즙 짜는 기계를 써서 오렌지주스를 만들었다.

    오렌지를 10개나 짰는데도 1리터 정도 밖에 안나온다.

    즙을 다 내고는 지쳐 쓰러졌다. 물론 수동보다야 편하지만. 이것도 만만치 않구나.

    집에오니 오늘은 뭘 먹을까 하는 고민이 다시 시작되었다.

    그 전에는 뭘 해먹고 살았지? 사먹으러 나가려해도..저 이글거리는 태양앞에 좌절해버리고 마는.

    오늘은 100% 오렌지주스로 버텨볼까.


    긴 꿈을 꾸고 일어난 것 같은 기분.

    가슴이 턱 막히도록 압도적인 풍경들을 보고 감탄하던것이 정말일까?

    전혀 다른 성격의 5명 친구들이 배 찢어지게 웃던 그 일들이 꿈은 아니겠지.

    뇽드레 언니 말처럼..멋진 여행지의 추억보다도

    웃고 떠들었던 사소한 일상들이 그리워지는것 같다.

    그리고 일상으로 돌아온 것이 서운한게 아니라 이제 그들과 사소한 일상을 공유할 수 없는것이 서운한 것이다.


    이별은 아무리 여러번 경험해도 익숙해지지 않는 것인가보다.

    인생은 만남과 헤어짐의 연속인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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