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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가항력적 오지랖
    일상/흔적 2009. 2. 2. 00:56
    난 원래 버스나 지하철을 탈 때 혹은 길을 걸을 때, 귀에 이어폰을 꼽지 않는다.
    즉 음악을 듣지 않는데, 특별한 이유는 없다.
    엠피쓰리를 가방에 넣고 다녀도 그냥 손이 가지 않는다.
    예전에는 차만타면 자느라 사실 음악같은건 들을 필요가 없었고
    무언가를 듣고 있으면 그밖의 생활소음은 들을 수 없어 답답한 마음이 크기 때문이다.

    장기여행을 할 때 심심할까바 일부러 산 엠피쓰리는 3달의 여행기간 동안 출발하는 날, 버스 이동시간 하루가 넘는 날 이렇게 딱 두 번만 들었다.
    약 4일이 걸렸던 한국까지의 여정에서도 주머니에 있는 엠피쓰리는 꺼내보지도 않았다.

    그런데!
    요즘 버스나 지하철을 타면 엠피쓰리가 절실하게 느껴진다.
    원치않는 오지랖 때문이다.

    아무리 작은 목소리로 말해도 유난히 귀에 팍팍 꽂히는 주파수를 가진 사람들이 있다.
    이런사람들한테까지 원망을 보낼 수는 없다.

    같은 버스나 지하철을 탄 사람들 모두에게 말하듯이 쩌렁저렁 수다를 떨어대는 사람들이 문제다.
    오늘의 수업을 브리핑하는 학원강사,
    여기저기 안부를 전하고 만나자고 약속을 하는 휴가나온 일병.
    바람이난 남자친구를 어떻게 하면 좋을지 친구와 고민하는 그녀.

    최근의 공익광고처럼 눈을 가리고, 귀까지 막아버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난 그들의 사생활이 전혀 궁금하지 않다.
    그저 버스문이 열리고 닫히고, 사람들이 오르내리는 발자국 소리를 듣고, 다음 내릴곳의 안내 방송같은 작은 생활의 소리가 듣고싶을 뿐이다.
    그러나 이렇게 계속 상승하는 스트레스 게이지를 막기 위해 나의 작은 기쁨은 포기하고
    인위적 소리로 내 귀를 막아야겠다고 고민하는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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