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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월 22일] 괴레메 → (이스탄불)
    여행:: 지중해, 중동/04' Turkey 2004. 10. 1. 23:22

    괴레메에서의 마지막 날.

    어제 오래 걸어서 그런가 몸도 뻐근하고 ㅡㅡ;;

    아침 먹고 체크아웃 한 뒤 리셉션에서 딩굴거리고 있으려니 비가 오네...

    오늘 가고 싶은 곳도 많은데 계속 비가 오니 슬슬 화가난다.

    날씨만 좋았으면 더 많은 곳을 봤을텐데..

     

    오늘 펜션에 새로 들어온 사람들 중에 일 년 세계여행중인 엄마, 아들, 딸 가족이 있었는데..

    그들과 얘기하면서..참..어머님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초등학생인 딸과 중학생인 아들을 학교 휴학시키고 이렇게 데리고 나오기가 쉽지 않은 일이었을텐데..

    이 애들이야말로 산 경험을 하고 있는 것 아닌가..

    지금은 단지 다른 아이들보다 일 년이 뒤쳐지는 것이지만..

    분명 그들은 일 년 후 크게 성장해 있는 자신들을 보게 되리라.

    내가 저 나이때 세계를 봤더라면..분명 지금의 나와는 다른 내가 되어있지 않을까.

    여행을 하다보면..일을 하다가 그만두고 여행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 사람들을 보면..과연 난 저렇게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부터 든다.

    현실에 안주하고 싶은 마음이 일상을 탈피하고픈 마음보다 이성적으로나 감성적으로나

    더 크게 작용할 것이라는 생각이 지금은 지배적이지만..

    지루한 일상 속에 익숙해진 나를 발견하게 되면 나도 언젠간 그렇게 될 것도 같다.

     



    이곳의 변덕스런 날씨답게 곧 비가 그쳐 은정언니, 지혜언니와 함께 우치사르에 가기 위해 밖에 나왔다.

    계속 다니던 마을의 길이지만..이날따라 마을이 정말 작다고 느껴진다.



    가장 높아서 카파도키아의 모습이 다 보인다는 우치사르.



    올라가는데 비도 부슬부슬 오고..가는 길도 좀 가파러서 힘들긴 했지만...



    우치사르 정상에서 바라보는 카파도키아의 모습은 정말 속이 다 후련했다.



    올 땐 돌무쉬를 타고 왔지만...가는 길엔 슬슬 걸어가며 파디메 언니가 말해줬었던 포인트들을 둘러보려 했건만..

    어디선가 불쑥 나타나신 할아버지..

    찻길 쪽은 10km이고 지름길은 2km라며 자꾸 지름길을 안내해 주신다는 것이다.

    얼떨결에 할아버지의 안내를 받게 되었는데...이 할아버지 길만 알려주시려는게 아니라 같이 동행하시잖아;;

    은정언니가 혹시 모르니까 가지 말자 했었는데..우리는 넷인데 설마 무슨 일 있겠냐며 할아버지를 따라갔다.

    자....이때부터 고난 시작..



    계곡길을 가로질러 가다보니 비온 땅이라 온통 진흙 투성이고..

    다시 로즈밸리 투어 시작한 것 같은 이 기분은...ㅡㅡ;;;

    조금 빨리 가려다가 신발만 더러워지고....아ㅡ 난 신발 더러워지는게 정말 싫어..ㅠㅠ

     

    아무리 걸어도 걸어도...계곡을 넘어도..마을은 나타나지 않는다..

    저것만 넘으면 마을이 보이겠지...저것만 넘으면 나올거야...

    할아버지는 이런 우리맘을 아는지 모르는지..중간중간 멈춰 서서는 이것저것 설명해주시고..

    깊숙한 곳까지 끌고 가서 보여주시고;;;

    이어지는 사람들의 불평.."역시 터키사람들의 시간관념은 믿을 게 못돼"

    이 사람들은 워낙 느긋한 국민성 덕인지...길을 물어서 조금만 가면 된다고 하는 경우

    진짜 한참을 걸어가도 도착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고..

    5분만 기다래래놓고 1시간은 걸리는 것 같고...뭐 그런 식이다;;

    그래도...2km라며;;;; 나 마을로 가는거 맞긴 한거야???? ㅡ,.ㅡ



    약 1시간여를 걸으니 드디어 저~기 마을이 보이기 시작한다..

    가슴 한구석에 드는 안도감과 함께..할아버지께 죄송스런 마음이 밀려온다.

    그냥..구경하는 셈 치고 여유롭게 와도 되는 건데..뭐가 그렇게 급했던 것일까.

    당신은 저쪽으로 가신다며 우리에게 작별인사로 볼에 뽀뽀를 해 달란다...ㅡㅡ^

    할아버지..ㅠㅠ 그..그건....

    너무도 간절히-_- 원하셨지만...우리는 소리치며 도망;;

    지혜언니는 우리의 대표로 희생양이 되어 할아버지께 작별의 뽀뽀를;;;;;;

    와우우우...멋져라ㅡ

     

    서로 깔깔거리고 웃다가 뒤를 돌아보니 할아버지가 가신다던 곳으로는 가시지 않고

    우리가 걸어왔던 그 길을 다시 걸어가시는 것 아닌가..

    마을로 가신다던 그 말씀은 핑계였고..우리를 데려다주러 이 먼길을 오신 것이다.

    엉망인 그 길을 다시 한 시간을 걸어가셔야 할텐데...

    할아버지..편히 사세요...

     

    펜션에 도착해서 허기진 배를 달래려 그 큰 빵을 순식간에 먹어치우고...

    다시 리셉션에서 빈둥빈둥...

    우당탕탕탕탕...

    갑자기 지붕 뚤어지는 소리가 난다;;; 난 무슨 전쟁이라도 난 줄 알았다...

    알고 보니 우박이 쏟아지기 시작했음.



    와...진짜 엄지손톱만함...그저께 봤던 우박보다 훨씬 더 크잖아!!

    너무 신기해서 구경하러 밖에 나갔다가...머리에 우박 맞고는 머리 뚫어지는 줄 알았다..

    진짜 조금만 더 큰 우박에 맞았다면..머리 터져서 죽을 수도 있겠구나 싶더라..ㅡㅡa

     

    곧 우박이 그치고...석양이 멋지다는 러브밸리에 올라갔다.

    숙소 바로 뒷편에 있는 곳인데도 미친 날씨 때문에 떠나는 날에야 겨우 올라간 곳.



    맑게 개인 하늘과 환상적인 러브밸리의 모습. 떠나는 날 날씨가 좋아지다니;;;

    남근석의 모습..왜 이름이 러브밸리인지는 알아서 상상을;;;



    터키는 언젠가는 꼭 다시 오고 싶은 곳이다.

    터키에 다시 오게 된다 해도 이곳엔 다시 올 수 있을까...



    저녁은 이곳의 유명한 항아리 케밥을 먹기로 했다.

    항아리를 깨서 그 속에 들어있는 음식을 먹는거라는데....

    사람들이 맛있다고 추천해준 세트메뉴 3번과 항아리 케밥을 주문...





    항아리 케밥입니다요..

    주위에 있는 불의 용도는 무엇일까 굉장히 궁금하였으나...장식용이었음.

    항아리 배 부분을 망치로 톡 깨면...



    저렇게 지글지글...마치 찌개같아서 입맛에 잘 맞았다...(그렇지 않았어도 물론 잘 맞았겠지만;;)

    대체 항아리를 어떻게 깨서 먹는걸까..파편조각들이 섞이지는 않을까..걱정했었는데..

    막상 보고 나니 별거 아니네...음..

    음식에는 항상 저렇게 토마토와 양파와 갖은 야채들이 올리브기름에 버무려져 나오는데

    정말 맛있다. 올리브기름이 맛있다는 것을 여행을 통해 알게 됨. 그러나 올리브는 절대 못먹겠음.

     

    다 먹었는데 빵이 남았다..

    갑자기 언니들이 눈치를 살피더니 가방에 빵들을 쑤셔 넣는다. 더 놀라운 것은 이미 그 가방 속엔

    다른 음식점에서 집어 넣었을 빵들이 자리잡고 있었다는 것.

    언제 배고플지 모른다며 싸가야 한다고...이 얼마나 투철한 배낭여행가 정신이냐ㅡ ㅡㅡ^

    근데 이 장면을 종업원에게 포착당하고 말았다.

    빙그레 웃는 그. 우리도 민망해서 웃고....

    "어느 나라에서 왔어??"

    "음..으음...일본"

    아..말해놓고 진짜 가게가 떠나가라 웃었다.

     

    이제 밤차를 타고 이스탄불로 가야한다.

    알고 보니 은정언니와 지혜언니도 같은 버스를 타고 이스탄불에...

    짐을 싸들고 나오는데 핫산 아저씨와 파디메 언니가 버스 타는 곳까지 배웅을 해준다.

    비를 맞으며 버스 창문 너머로 손을 흔드는 그들의 모습.

     

    밤새 달려 아침이면 또 새로운 곳에 도착이다. 터키 여행의 마지막 도시 이스탄불.

    이제 여행도 중반으로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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