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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10116 카지노
    일상/흔적 2011. 1. 16. 03:01
    [명사]
    1.
    춤, 음악 따위의 오락 시설을 갖춘 공인 도박장. 룰렛이나 카드놀이 따위를 한다.
    카지노에서 도박을 하다.
    2.
    카드놀이의 하나.



    카지노에 처음 가본 것은 남미 여행 중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였다.
    그곳에서 대박을 꿈꿀 만큼 순진하지도 않았지만, 누구나 그렇듯이 '혹시나' 하는 마음을 갖고.
    그래봐야 다 잃더라도 여행을 진행하는 데 무리가 없을 만큼, 잘 놀았다~ 싶을 만큼의 돈만 가지고서.

    그렇게 들어간 그곳은 
    정신없이 화려하고, 사람들이 정말 많았고, 눈이 따갑도록 담배연기가 자욱했다.
    처음 가본 곳에 대한 설렘으로 이곳저곳 기웃거리며 구경하면서
    내 몸은 담배연기에 쩔어갔고, 내 눈엔 온통 한방에 미쳐 정신없이 돈을 써대는 좀비 같은 사람들만이 보였다.
    그곳은 나처럼 코 묻은 돈을 들고 게임을 하겠다고 가는 곳이 아니라
    1분에 수백, 수천 달러를 날려버리고도 습관처럼 다음 게임에 돈을 거는 사람들만이 갈 수 있는 곳이었다.

    그곳에 있으면 있을수록 나는 혼란스러웠고 무기력해졌다.
    토할 것 같은 담배연기 때문에 도망치듯 나오지 않았다면 더 많이 망해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눈앞에서 봤어야 했을 것이다.


    며칠 전 다시 카지노에 갈 기회가 생겼다.
    아직 지난 여행의 짐도 다 푸르지 못한 상태에서 가족여행으로 스키장에 갔던 것인데
    감기에 걸려 골골거렸던 데다


    요로코롬 눈보라가 심하게 몰아쳐서 가시거리가 채 10미터도 되지 않는 뭐 같은 날씨여서
    바람 때문에 요동치는 관광 곤돌라 한 번 겨우 타주고 방에서 딩굴거려야 했기 때문이다.




    말로만 듣던,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강원랜드의 정선 카지노.
    딱히 할 일이 없어 이틀 연속으로 들어갔더랬다. ㅡ,.ㅡ
    어쩌다보니 이틀 모두 똑같은 시간인 오후 8시 30분에 입장했는데, 
    첫날은 입장번호 7053번, 둘째 날은 9242번 이었다.
    입장료가 오천 원이니까 입장 수익만 하룻밤에 오천만 원 이상 벌어들인다는 소리 되겄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처음 갔을 때 담배연기 때문에 끔찍했던 경험에 떨었지만
    다행히 흡연구역은 따로 있더라.

    티비 화면에서만 보면 고급스러운 테이블과 깔끔한 실내는 사라지고 
    한방에 미쳐 좀비가 되어 정신없이 돈을 넣고 있는 사람들만이 가득한, 도떼기시장의 모습만 있었다.

    이런 멋진(!) 곳의 입장권 뒷면에는 2개월 연속 15일 이상 출입하면 중독관리센터에서 의무상담해야 한다는 무성의한 협박 멘트만 적혀져있었고, 저렇게 많은 사람 중의 일부가 가정을 파탄 내고 자신을 끝없는 절벽으로 밀어내며 퍼붓는 돈을 쓸어담는 모습을 보려니 정신이 아찔해졌다.


    약 2년 전 느꼈던 장면과 기분을 다시 경험하고 있었다.

    그래서 다시 도망쳐 나왔냐고?
    아니. 나는 100원짜리 머신에 5 배팅으로 버튼을 누르다 50배가 터지는 행운을 얻었다.
    쿨하게(혹은 소심하게) 바로 환전한 수익금 약 3만 원을 가지고 싱글벙글까지 하면서 즐겁게 나와줬다.

    이런 불로소득은 바로 써버려야 하는데 어디가 좋을까 생각하다가 그동안 읽고 싶었던 책들을 구입했다.
    '이제 다시 저런 곳에 가고 싶지 않아.'라고 생각하면서.



     
    지금도 도박은 성행한다. 그러나 체제는 개인적 도박을 불법으로 규정한다. 도박은 '심심풀이' - 이건의 한계가 어디인지 의문이다. 돈 많은 인간들은 수억, 수십억 원도 심심풀이로 여길 수 있지 않은가 - 를 넘는 순간 불법이 된다. 체제는 왜 도박을 불법화하는 것일까? 과연 체제는 도박 자체를 용인하지 않는가? 그렇지 않다. 수익이 큰 이 장사를 왜 외면하겠는가. 국가는 오로지 도박을 독점하기 위해 자신이 허락한 도박 외에는 모두 금지한다.
    대표적인 것이 복권과 경마다. 고스톱은 금지하지만 복권과 경마는 장려한다. 특히 후자는 '레저'란 이름으로 권장한다. 복권은 체제에 의해 합법화된 도박의 전형이다. 증권 역시 나라에서 권장하는 도박에 다름아니다. 증권을 일컬어 '자본주의의 꽃'이라 하지만 그 꽃은 흉측한 데다 악취를 풍긴다. 시세차익을 노리고 덤벼드는 인간들의 추태를 보라. 증권의 특징은 어느 누구도 주가의 등락을 예측할 수 없다는 데 있다. 만약 주가의 등락이 예측 가능하다면 증권시장은 성립하지 않는다. 도박이 그렇듯 증권 역시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의 테크닉으로 돈을 딸 수 있다고 믿게 만든다. 사기도박과 마찬가지로 증권에도 불법거래가 성행한다.
    우리 역사에게 지금보다 도박이 성행한 시대는 없었다. 왜 그런가? 그 이유로 나는 도박의 두 가지 원리 중 후자를 들겠다. 도박은 인간이 세계를 이해하는 한 방식이다. 말하자면 도박은 모든 것이 불확실성에 의해 지배된다는, 세계에 대한 또 다른 이해의 방식이다. 인간의 역사는 비합리에서 합리로, 불확실에서 확실로 진보했던가? 그렇게 믿고 싶을 것이며, 또 그러했다고 이야기되고 있다.
    그러나 나는 의심한다. 왜냐고? 내가 보고 경험한 세상이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세상의 밑바닥에는 우연과 불확실성이 똬리를 틀고 있다.

    - 조선의 뒷골목 풍경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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