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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치노(chino), 치나(china), 치니또(chinito), 치니따(chinita)
    페루:: Perú/일상 2006. 12. 29. 02:56
    스페인어로 치노는 중국인을 부르는 말이다.
    문제는 중국인이 아님을 알면서도 치노, 치나로 부르는 데에 있다.
    후지모리 전 대통령에게도 치노라고 부르기도 하니까.
    중국인도 아닌데 왜 치노라고 부르냐고 물은 적이 있다.
    그러면 그들은 웃으면서 손가락으로 눈을 찢으며 자기네들에겐 눈 작은 동양인은 그냥 다 치노, 치나라는 것이다.

    이 치노라는 말은 '뚱보', '대머리', '난장이' 처럼 별명으로 불리기도 한다.
    페루아노들끼리도 치노라고 부르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그러나 아유 하듯 치노, 치나라고 부르면 기분이 상할 수 밖에 없다.
    부르는 사람이 어떤 의도를 가지고 부르냐에 따라 애칭이 되기도 하고 비하하는 말이 되기도 하고 의미가 달라지는 것이다.

    처음에 치나 소리를 들으면 그냥 무시하고 지나갔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이 소리가 점점 기분 나쁘게 들리기 시작했다.
    특히 학교에서 일하는 내게 지나갈 때마다 학생들이 치나라고 불러대면 이건 아니다 싶어 그 아이들을 불러서는 나는 중국인이 아니라고, 한국인이라고 일일이 알려주고 있다.

    그런데 학교 밖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면 참 난감하다.
    일일이 쫓아가서 '나는 한국인입니다'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들이 아무 생각 없이 놀려대는 말에 매번 반응하는 것도 소모전에 불과하니까.

    얼마 전에 길을 걸어가다가 지나가는 남자애들이 하는 말 중에 '치노'라는 말이 들려 울컥 화가 솟은 적이 있다. 치나도 아니고 치노라니! (치노는 중국인 남자를 부르는 말, 치나는 중국인 여자를 부르는 말)
    알고 보니 그들은 '카푸치노'에 대해 말하고 있던 중이었다.
    하마터면 민망할 뻔 했던 순간이지만 이런 걸 보면 그런 말들에 나도 모르게 얼마나 신경이 쓰였었는지를 알 수 있다.

    우리도 불과 얼마 전 까지만 하더라도 서양사람들은 무조건 미국인, 양키라고 불렀던 시절이 있다. 우리가 당당히 꼬레아노, 꼬레아나로 불릴 날도 얼마 남지 않았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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