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수업 중반을 지나며
    페루:: Perú/KOICA - Trujillo 2007. 4. 24. 14:54

    어느덧 1기 학생들 수업이 중반을 넘어섰다.


    다음달이면 수료식을 하고, 2기 수업이 시작될 것이다.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은 segundaria 2~4학년 학생들. (중학교 2, 3학년, 고등학교 1학년에 해당)


    게다가 전부 남학생들이다(여학생 두 명이 있었는데 떨어져 나갔다)..


    오후반 학생들을 가르치는데..오후반엔 상대적으로 남학생들의 비율이 많기 때문이다.


    수업을 시작하기 전에 학교에서 마주쳤던 학생들에 대한 이미지는..


    그야말로 '우락부락' 이었다. 어린 학생들이 아니라, 심하게 말하면 아저씨같은;;


    그래서 사실 처음에 두려웠-_-던 것도 있었는데, 수업을 하며 이들을 가까이서 보니


    굉장히 수줍음이 많고 순박?한 면들이 보인다.




    [Curso de Página Web A반 학생들]




    [Curso de Página Web B반 학생들]


     


    수업이 진행될수록 감각있는 학생들, 열심히 하는 학생들, 어떻게든 딴짓만 하는 학생들...이제 확연히 구분된다.


    그리고 나도 사람인지라..열심히 하고 잘 하는 학생들이 이뻐보이는건 어쩔 수 없다.


    지난 수업이었던가..


    수업을 하는 내내 너무 지치고 짜증이 났다.


    도대체가..그만큼 설명을 하고 눈 앞에서 몇 번이고 시범을 보여줬으면 흉내라도 내야지


    매번 파일 저장할 때마다 눈만 말똥말똥 뜨고.."어떻게 해요??" 라고 물어보면..정말 울화가 치밀어 오른다.


    아무래도 내 언어구사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이들에게 100% 내가 의도하는대로 전달하는데에는 문제가 있다.


    그래서 수업시간마다 step by step으로 수업 자료를 만들어 나누어준다.


    어떤 버튼을 누르고..뭘 써야하고..등등등..


    그러나..읽어보지도 않고 그저 "몰라요~" 하는데에는 정말 화가 날 수 밖에 없다.


    그렇다고 애들한테 성질을 부릴수도 없고..한숨 한 번 쉬고..자료를 읽어보았냐고..


    읽어보고 이해가 안가면 그때 물어보라고..그래도 소용없다. ㅡㅡ;


     


    처음에 설명을 해주고, 나머지 시간에 실습을 진행하는데, 수업시간에 딴 짓 하는 학생들은 어디나 있기 마련이다.


    나 몰래몰래 MSN채팅도 하고, 게임도 하고...그렇지만 그걸 내가 모르겠는가. 다~~ 보인다 ㅡ.,ㅡ


    내가 시킨 실습 자료를 일찍 끝낸 학생들은 일종의 보상?으로 오락을 하건 채팅을 하건..내버려둔다.


    그리고 그것도 컴퓨터와 친해지는 길 중 큰 요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러나 실습은 건들지도 않고 다른짓만 하는 애들은..정말 한대 쥐어박고 싶다.


    어느 순간에는 인터넷을 다 뽑아버리고, 교실이 떠나가라 틀어대는 음악도 정신없어 스피커를 다 치워버리고 싶은 마음이


    불끈불끈 솟아오르지만..홈페이지 수업에서 인터넷 없이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또 매정하게 스피커를 치워버리자니 음악 들으면서 열심히 작업하는 애들에게 미안해서 그러지도 못한다.


     


    학생들과 별개로...거의 매일 일어나는 정전 때문에 수업이 중단되고,


    아이들이 실습하던 파일이 날아가버리고...정전이 될 때마다 기계들에 치명적 영향을 미쳐 계속 하나 둘 씩 고장이 나고..


    이건 대체..하루도 조용히 넘어가는 날이 없다.


    수업 시작하면 좀 신경쓸게 줄어들 줄 알았더니..이건 산 너머 산이다;;


     


    며칠 전 아빠와 화상채팅을 하면서 애들이 실력이 너무 뒤쳐져서 수업 진행이 힘들다고 하소연을 했다.


    그랬더니 아부지 왈


    "애들이 못하니까 너가 가르쳐주러 간거지, 잘 하면 너가 왜 갔니.


    한국 애들보다 떨어지는건 당연한거고, 화 내지말고 차근차근 가르쳐줘라."


     


    우선은..선생의 실력이 모자른 탓이리라.


    아직 초보 선생이라, 아이들을 다루는 요령도 부족하고, 그래서 확 잡아야할 때 마음이 약해져 잘 못잡고.


    가장 큰 문제는 언어의 장벽으로 정확히 지식을 전달하는 것에도 한계가 있고.


     


    부차적인 문제로는..


    처음의 마음을 자꾸 잃어간다는 것이다.


    수업을 진행하다보니 점점 욕심도 생기고, 반면에 교육받는 입장에서의 생각과는 점점 멀어지고 있는게 아닌가 싶다.


     


    현재. 4명의 학생을 잘랐다.


    아마 수업이 끝나는 날에..과연 몇 명이나 끝까지 남을지..의문이다 ㅡ,.ㅡ


     


    역시 선생은 아무나 하는게 아니다.

    '페루:: Perú > KOICA - Trujillo' 카테고리의 다른 글

    1기 수료식  (2) 2007.06.05
    1학기 수업을 마치며  (2) 2007.05.24
    개관식 보도내용  (4) 2007.03.18
    개관식 2  (4) 2007.03.18
    개관식 1  (10) 2007.03.18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