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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학기 수업을 마치며
    페루:: Perú/KOICA - Trujillo 2007. 5. 24. 12:39
    지난 3월 개관식 이후 시작된 1기 학생수업이 끝이났다.
    보통 학교의 1학기는 6개월 단위이지만,
    우리는 좀 더 많은 학생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1학기를 둘로 쪼개어 1년 4기수제를 도입했다.
    한 클래스당 20명씩, 총 40명을 맡게 된 나는 처음으로 앞에 나서서 누군가를,
    그것도 다른언어로 다른나라 아이들을 가르치게 되었다.

    역시 모든것이 처음이라 그런지..나름 시행착오도 있었고, 삽질도 수 없이 했다.
    그래도 한 과정을 끝내고 나니 이제 살~~짝 감이 오는 것 같기도 하다.
    (물론 아직 멀었지만.)

    그동안 정전 문제 때문에 신경도 많이 쓰고, 덕분에 수업이 끝나면 애들 작업 파일을 일일이 백업하는 수고도 감수해야 했고..
    뭐 사소한 것 하나 하려해도 일일이 학부모들에게 공지로 알려줘야 함은 물론,
    아이들 등하교 여부를 관리해야 하고,
    수업시간에 사용하려고 만든 교육자료도 일일이 학교에 제출해야 하고,
    아이들이 함부로 기계를 함부로 다뤄 뒤치닥거리를 하느라 시간이 다 가고..
    등등등.. 기억 할 수도 없는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가장 황당한 사건(?)은..

    '밥에 목숨거는 아이들' 사건 ㅡ,.ㅡ
    내가 이번에 맡은 학생들은 오후반 학생들이라 오전에 수업을 진행하는데,
    갑자기 수업을 하다말고 내게 다가와 이렇게 말한다.
    "샘. 집에가서 아침먹고 올게요"
    혹은..두번 째 수업 시간에는 이런 아이도 있다.
    "샘. 점심먹으러 가야해요."

    아...퐝당 그 자체다;;;
    배고파서 밥 먹으러 간다는데..뭐라 할 수도 없고...
    황당 웃음을 지으며 보내줄 수 밖에 없다. ㅡㅡa

    공휴일 다음 날이면 가족들과 여행갔다가 아직 되돌아 오지 않은 학생들이 결석을 한다.
    수업보다 더 힘들었던건 아이들의 출결 관리가 아니었나 싶다.
    그들에게는 일반적인 행동일지 모르나, 우리에겐 용납될 수 없는-_- 일인데다
    수업 초기부터 출결상황은 누누히 강조했던 터라
    정해진 횟수를 넘긴 학생들은 안타깝지만 제적시킬 수 밖에 없었다.
    덕분에 우리 반 학생들 수료율을 그리 높지 않다.
    (이렇게나마 강제적으로 출석을 유도하지 않으면 아마 수업 종반엔 출석율이 거의 제로일지도 모른다 ㅡ,.ㅡ)

    뭐니뭐니해도. 가장 큰 벽은 역시 언어였다.
    한국말로 하면 정말 잘~~~알려줄 수 있는데..ㅋㅋ
    나는 제대로 설명을 전달하지 못해 답답하고,
    아이들은 아마 내 말을 잘 못알아들어 답답했을 것이다.
    그 부분에 있어서..아이들에게 미안하다.
    2기수에는 조금 더 나아지겠지..하는 위안을 가져보지만. 공부를 해야;;;;;;


    지난 목요일. 1기수의 마지막 수업시간.
    한국영화를 접해보지 못한 아이들에게 한국의 모습도 보여줄 겸 수업을 최대한 당겨 끝내고 영화를 상영했다.
    무엇을 상영하면 좋을까 계속 고민 한 끝에 '엽기적인 그녀' 상영.



    여러 후보들이 있었지만. 아무래도 중고등 학생들이다보니 폭력 영화 선정적 영화 제외,
    정치적, 난해한 영화 제외. 이래저래 하다보니 그저 남는게 코메디다 ㅡ,.ㅡ
    이 영화를 보여줘도 괜찮을까 싶어 검토하다가 2번이나 영화를 다시 봤다 ㅡㅡa

    일단 재미로 선택한 것 이외에,
    인터넷 소설을 영화화 했다는 점(내 수업이 인터넷이니만큼;),
    한국의 나이트가 등장한다는 점(페루에서 디스코텍은 일상의 한 부분. 한국의 디스코텍은 어떤지 궁금해 하는 현지인들이 너무 많다~),
    주인공들이 대부분 맨날 놀기는 하지만-_- 고등학교와 대학교의 모습을 잠시나마 볼 수 있다는 점,
    그리고 한국의 일상적인 모습들(지하철, 거리, 집 내부 모습 등)이 자주 등장한다는 점 등이 선택의 이유였다.

    내가 생각하는 웃음 타이밍에선 조용하고;;
    별로 안웃긴 타이밍에서 뒤집어지게 웃고;;
    참 예측할 수 없는 반응들을 보며 역시 관점의 차이인가 싶었다.

    여튼..반응도 꽤 좋았고. 이번 개교기념 행사에 한국 영화제를 진행할까 한다.
    중고등학생 대상으로 괜찮은 한국영화가 무엇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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