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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택시
    페루:: Perú/일상 2007. 7. 20. 13:26


    페루에서 택시를 탈 땐 알아두어야 할 것들이 있다.

    우선, 타기전에 요금 흥정을 먼저 해야한다는 것.
    미터기가 따로 없기 때문에 목적지를 말하고 요금 흥정이 끝나면 탄다.
    간혹 어이없게 바가지 요금을 부르는 택시기사들이 있는데 그럼 그냥 보내면 된다.
    흥정을 하는동안 뒤에서 기다리는 택시들이 있을 정도로 도로에는 택시들이 넘쳐난다.

    현지인들이나 작은 동네에선 요금 흥정 없이 타기도 하는데, 이는 금액이 너무 뻔하기 때문이다.
    외국인, 특히 여행객들은 자칫 된통 바가지를 쓰거나 서로 얼굴 붉히는 일이 생길 수 있으므로
    타기 전 확실히 금액을 확인하고 하는것이 좋다.

    이렇게 일일이 요금을 확인하고 타야한다는게 불편하지만 때론 편하기도 하다.
    이미 내가 주어야 할 금액은 정해져 있으므로 차가 막히던, 아저씨가 길을 몰라 헤매건
    하염없이 올라가는 미터기의 숫자를 보며 조바심 낼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이제는 이것에 익숙해져서 혹시 한국에서 이런 실수를 할까봐 오히려 걱정된다.
    "아저씨! 강남 5천원!"

    어제는 처음으로 기관갔다가 집에 오는 길에 흥정없이 그냥 택시를 잡아타고 내리면서 기본요금을 주고 내렸다.
    왠지 현지에 완전적응-_-한 것만같은 이상한 기분이 살짝 들었다.

    페루 택시의 기본요금은 도시마다 다르지만
    내가 사는 뜨루히요의 택시 기본요금은 2007년 7월 현재 2.5솔(약 800원)이다.
    원래 2솔 이었었는데 작년 이맘때즈음 2.5솔로 올랐다고 한다.
    작년 말에 그것도 모른채 왜 2.5솔이냐고! 바득바득 우겨서 2솔에 깍아서 타곤 했었다 ㅡ,.ㅡ
    주말이나 공휴일, 늦은 밤 시간에는 나름 할증도 붙는다.
    택시요금은 잔돈으로 준비하는것이 좋다. (거스름돈을 준비하고 있는 택시는 그렇게 많지 않다ㅡ)

    페루의 수도 리마 택시의 기본요금은 약 3~4솔 정도이다. (그러나 실제로 그 가격에 가는 택시들은 거의 없을뿐더러 그만큼의 거리를 타고 갈 만한곳도 없다.)
    리마에서 택시를 타면 기본 5솔 이상은 필요하며, 어디를 갔다하면 7솔이다.
    게다가 택시기사들의 바가지는 상상을 초월해서 (다른 도시의 경우 기껏해야 1솔을 높여 부르는 반면에)
    2배, 3배까지 부르는 아저씨들도 봤다. ㅡㅡ+
    간혹 리마에 나가 택시를 탈 때면 스르륵 빠져나가는 지갑속 돈 때문에 손이 덜덜 떨린다..

    일단 택시에 올라타고 나면 문을 잠그고(반대편 문, 앞 문까지 잠그는 것이 좋다)
    가방은 발 밑에 내려놓는편이 좋다.
    이건 택시강도가 워낙 빈번한 페루에서 지켜야 할 안전 수칙이지만 나는 아직도 그게 익숙하지 않을 뿐더러
    타고나서 티나게 딱 하고 잠그면 왠지 기사아저씨, 나아가 페루를 못 믿어하는 것 같아보여 맘에 걸린다.
    이제는 요령이 생겨서 타면서 문을 닫음과 동시에 눈치채지 못하게, 소리 안나게 조용히 문을 잠근다. (그래도 알려나 ㅡㅡa)
    물론 내릴때도 자연스럽게 잠금장치를 푼다. 사실 이럴 필요가 없는데도 괜히 혼자 그런다 ㅡ,.ㅡ

    페루의 택시는 정말 위험하다.
    한국에서도 택시 강도는 종종 일어나고, 어느 나라에나 강도들은 있기 마련이지만
    페루는 그 빈도가 높은것이 사실이다.
    다행히 지난 일 년 동안 내게 택시를 타면서 불미스러운 일은 일어난 적이 없지만
    택시 강도 사건 소식은 지속적으로 종종 들려오며 실제로 택시 강도를 만난 단원들도 있다.

    그럼 어떻게 택시를 타고 다니냐고?
    100% 안전한 택시는 없지만, 각 지역마다 나름 신뢰를 받는 택시 회사들이 있다.
    그런 택시들이 있는 경우 그 회사의 택시를 이용하면 되고,
    차량 번호가 제대로 적혀있는지 (이곳의 택시들에는 보통 문짝에도 차량번호를 적어놓는다)
    등록증이 있는 차량인지(택시 기사 ID가 조수석 혹은 운전기사 목에 걸려있다) 확인하는것이 안전하다.
    그러나 한 두번도 아니고, 일일이 이렇게 확인하고 탄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가장 확실한 것은 사람의 직감이다. 기분이 이상하다 싶으면 절대 타지마라.
    너무 낮은 금액으로 탑승을 유도한다거나 혹시 탑승 후 같은 지역을 뱅뱅 돈다던지..의심스러우면 바로 차를 세워 내려야 한다.

    한국에서 사라진 티코는 모두 페루에 있다!
    지난 남부 여행 갔을 때, 꾸스꼬 광장에 있는 호프집 창가에 앉아 지나가는 차들을 유심히 본 적이 있었다.
    지나가는 차량들의 10대 중 8대는 택시였으며, 그 중 7대가 티코였다.
    그 뒤로 세 번을 더 세어보았으나 1대 정도의 오차가 있고 매번 그런 결과가 나왔다.
    그만큼 택시의 비율이 높으며 대부분의 택시들은 티코이다.
    한국에서 거의 폐차된 차들을 조각조각 잘라들여와 여기저기 수리하고 이어붙이고..
    과연 이 차들이 제대로 굴러가기나 할까 싶은 것들이 도시 이곳 저곳을 잘도 누비고 있다.
    티코를 선호하는 택시기사들은 연비가 적게 먹히기 때문인데, 곧 폭삭 주저앉을 것 같은 폐차직전의 티코가 이곳에서는 200만원까지 나간다고 한다.
    가끔 마티즈 택시를 타기도 하는데, 그 승차감이란! 그랜저 부럽지 않다ㅡ 그런 날은 괜히 봉잡은 기분이다.

    택시기사들은 말하고 싶어한다.
    택시운전사들이 손님에게 말 시키는건 한국과 비슷한 것 같다.
    어느날, 무엇 때문이었는지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아 택시를 타고 가만히 창밖을 보고 있었는데
    백미러로 나를 힐끔힐끔 쳐다보는 운전사의 얼굴은 이미 나에게 말을 걸고 싶어 기회를 엿보는게 역력했다.

    결국 참지 못하고 말문을 터뜨린 아저씨. 항상 같은 질문.
    어느 나라에서 왔냐, 여행중이냐, 여기 얼마나 살았냐, 페루 좋냐 등등.
    나보고 몇 살 이냐 묻길래 몇 살 같아보이냐고 되물었다.
    18살? 19살?
    ㅋㅋㅋ 이럴땐 참 내가 되려 당황스럽다.
    25살(그것도 한국나이보다 2살이나 줄여서) 이라고 했더니 기절할 듯 놀라는 아저씨.
    하긴. 학교 학생들도 21, 22살로 본다.
    젊게 봐주는건 고맙지만...업무적?에서는 그닥 좋은 점이 아니다.

    그와 반대로, 페루 사람들(페루 뿐 아니지만)의 나이는 종잡을 수 없다.
    한 일 년 사람들을 봐왔더니 이제 나이를 맞추는데 요령이 생겼다.
    최.대.한. 젋게 본 다음에 5살을 더 뺀다. 그럼 얼추 맞는다.
    페루인들이 늙어보인다기보다...동양사람이 확실히 젊어보이긴 한다.

    남자친구 있냐고 묻는다. 없다고,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 달라고 했다.
    이제 농담으로 받는 수준이 되어버렸다;;

    페루 택시는 달리는 시한폭탄.
    한국 사람들의 운전이 험하다고 하는데, 페루인들의 운전실력은 한국인을 능가한다.
    곧 폐차될것 같은 아니 이미 폐차되었아야 마땅한 차에 사이드미러 없이도 쌩쌩 도로를 질주한다.
    간혹 끼어드는 차에게 욕을 하며 소리지르는 모습은 한국에서도 많이 본 모습이라 오히려 익숙하기까지 하다;
    페루에서는 앞좌석 뿐 아니라 뒷자석까지 안전벨트를 하는것이 의무이다.
    때문에 운전기사들이 종종 안전벨트 착용을 요구하는데 이건 거의 눈가리고 야옹이다.
    이미 길게 늘어져있어 제 구실을 전혀 하지 못하는 안전벨트. 그냥 몸 앞에 걸쳐놓기만 하면 된다.
    영화의 한 장면처럼 차들 사이들 마구 헤집고 달리는 택시를 타는 경우에는 제대로 된 안전벨트가 간절해진다.

    차만 있으면 나도 택시기사가 될 수 있다.
    일반 승용차도 택시 푯말만 붙이면 택시로 변한다.
    이런 택시는 불법이기 때문에 손님이 타면 단속을 피하기 위해 푯말을 떼고 주행한다.
    이런식으로 택시기사가 되는 사람들 중에는 의사, 변호사들도 있다고 한다.
    페루에서는 의사, 변호사(조금 심하게 말하면 발에 채이는것이 의사, 변호사일 정도로 많다)라고 하더라도 모두 돈을 많이 버는것이 아니기때문에
    돈을 조금이라도 더 벌기위해 이른바 알바를 뛰는 것이다.
    위에서 언급했던 안전상의 문제도 있으므로 이런 차들은 이용하지 않는것이 좋다.

    바쁜데 왠 주유소?
    약속 시간이 늦었는데 주유를 하겠다며 주유소로 들어간다.
    어이쿠. 기름이 없다는데 어쩌겠나.
    주유를 하는 금액도 고작 5솔(약 1500원) 정도씩이다. 심지어 3솔을 주유하는 사람도 봤다.
    페루도 기름을 수입하기 때문에 가격이 절대 싸지 않다.
    그만큼씩 주유해서 과연 차가 얼마나 굴러갈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ㅡㅡ;;
    택시기사들이 이렇게 조금씩 주유하는 이유는,
    자기 소유의 차량이 아니고 택시 회사에서 하루하루 빌려 운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운행할 만큼만 조금씩 주유하는 것이다.

    기네스 대회에 출전한다면 우승은 따 놓은 당상!
    아마도 차에 사람많이 태우기 종목에서가 아닐까ㅡ
    작은 티코 택시에 8명이 함께 타 본적도 있다.
    그게 가능해? 라고 물으면 현지인들은 이렇게 대답한다. "여긴 페루야ㅡ"
    심지어 트렁크에도 한 무리가 타기도 한다.
    질식사가 걱정될 정도로 사람으로 꽉 찬 택시를 보면 아직도 깜짝깜짝 놀란다.


    뿔가(벼룩) 백만마리라도 살고 있을 것 같은 더러운 시트,
    쉴새없이 울려대는 클락션 소리.....
    그래도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교통수단 택시.
    내일도 나는 이런 페루의 택시에 올라 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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