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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607: 우슈아이아(Ushuaia)] 지겨운 버스길을 스펙타클하게 해 준 사고여행:: 남아메리카/08' Argentina 2008. 6. 14. 07:35
☆ [2008년 6월 7일: 우슈아이아(Ushuaia), 아르헨티나 → 엘 깔라파떼(El Calafate), 아르헨티나]
새벽 5시 버스라니.. 이런 손님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 버스 시간 같으니라고.
우유아이아에서 깔라파떼까지는 거리는 얼마 되지 않지만 칠레 국경을 넘었다가 다시 아르헨티나로 들어와야 하고,
배를 타고 건너는 루트도 포함되어 있어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러나..역시 나는 또 버스에 타자마자 바로 곯아 떨어지는 위력 발휘. 목이 부러져라 자 주셨다.
맘 같아서는 계속 자고 싶은데 국경을 넘을 때 마다 입출국 수속을 위해 내려야 하니 여간 귀찮은게 아니다.
칠레 국경을 넘어 다시 잠에 빠져들었다가 눈을 뜨니 버스가 멈춰 있었다.
근데, 좀 기울어져 있네?? 뭐지??
운전사 아저씨가 액셀을 밟으면 밟을수록 버스는 점점 더 기울어져 갔다.
사태파악 한동안 안되다가 겨우 알고 보니 버스가 가다가 잠시 정차했던 모양인데 그 때 흙 속에 바퀴가 빠져버린 것이다.
빠져 나가려고 할수록 바퀴는 더욱 깊이 박혀버렸고 문 마저 흙 속에 묻혀 버스 안에서 아무도 나갈 수도,
밖에서 누군가가 들어오지도 못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창문도 통 유리라 망치로 깨지 않는 한 역시 탈출 불가다.
밖에서는 사람들이 차 문이라도 열 수 있게 흙을 삽으로 퍼내고 있었지만 문을 열기에는 역부족인 듯 했다.
운전사 아저씨가 한참을 이래저래 별 짓을 다 하다가, 결국은 버스 천장의 환풍구를 열어 탈출하였다.
한참이 지나 겨우 한 사람이 빠져나갈 만큼의 문을 열 수 있었고, 승객들은 모두 차에서 내려야만 했다.
막상 내려서 보니 버스가 더욱 위태해 보인다.
참나, 별의 별 일을 다 겪는다. 오늘 하루 종일 버스 타고 이동만 하니까 심심할까봐 이런 이벤트 만들어 주는거야? ㅡㅡ+
어느 누구 하나 이 상황에 대해 불평하는 이가 없다.
하긴 뭐 불평한다고 차가 당장 움직일 것도 아니고;;
나도 이 상황을 즐기기로 했다. 얼마나 웃겨. 좀 춥긴 하지만..
운전사 아저씨들은 해결 방안을 생각이나 하고 있는 건지 역시 한가롭게 노가리 까주고 계신다.
두 시간 정도 지나 추위에 발이 점점 얼어갈 때 즈음 소를 실은 거대한 트럭이 지나가다
버스의 꼬라지를 보더니 멈추어 아저씨들과 뭔가 이야기를 나눈다.
오, 설마 우리를 도와줄 구세주??
그렇다ㅡ 줄로 차를 연결하여 빼내기 시도!
처음엔 차가 무거워 줄이 끊어져 잠시 좌절했으나, 두 번째 시도에 바로 성공!
>>ㅑ~~ 트럭 아저씨 멋져~~ 사람들 박수치고.. 버스는 다시 출발이다.
리오 가예오스에 내려 간단히 저녁 요기를 하고 버스를 갈아타 깔라파떼로 향한다.
깔라파떼에 도착시간은 새벽 1시.
아..피곤한 하루다.'여행:: 남아메리카 > 08' Argentina' 카테고리의 다른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