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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도착, 그리고 그 후
    일상/흔적 2009. 1. 15. 05:29

    2년 5개월만에 돌아왔다.
    리마 공항까지 버스를 탄 것부터 시차, 대기 시간까지 포함하여 자그마치 4일이 걸렸다는;;;
    그래도 여행중에 장거리 버스에 적응이 되었는지 생각만큼 지루하거나 힘든 여정은 아니었지만,
    다시 하라면...글쎄...;;;
    시간은 둘째치고..70킬로에 육박하는 짐덩이들...정말 토할 뻔 했다.



    착륙하는 비행기 창문 너머로 보이는 한국의 첫 모습은 날씨도 우중충하고 황량하기 그지없었다.
    (하필 이날 안개가 엄청나게 꼈었지.. 그래도 비행기가 제대로 내린것이 다행;)

    벤쿠버에서 오는 비행기에서부터 갑자기 사방에서 들려오는 한국어에 당황스러운 기분이 들기도 했지만
    인천공항에 내리자마자 듣고 보이는 것 모두가 새롭고 신기할 따름이었다.


    마중 나오신 부모님과의 만남.
    워낙 감정 표현을 잘 안하니 감격의 눈물을 흘리는 일은 없었지만
    마치 어제 뵈었던 분들처럼 전혀 어색함을 느끼지 못했다. 이래서 가족인걸까.
    그래도..그동안 훌쩍 나이가 들어버린 아빠의 뒷모습을 봤을 때는 나도 모르게 울컥하는 감정을 조절하느라 애를 먹었다.


    한국에 온 것도 벌써 3개월이 다 되어간다.
    그동안 지인들과 밀린 회포를 푸느라 하루에 2탕, 3탕까지 뛰는 날들이 허다했고
    덕분에 타지에서의 생활을 차분히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을 갖지 못해 아직도 '정리'에 대한 압박감으로 마음 한구석이 찜찜하다.
    바쁘다는 핑계로 페루의 친구들과 여행중에 신세진 많은 사람들에게 무사히 잘 도착했다는 안부조차 전하지 못했다.
    아직도 만나지 못한 지인들이 많이 있지만, 이제야 조금 여유가 생겼다.


    지금이야 이곳에 완전히 적응했지만 첫 한 두달은 어찌나 정신없고 어색한 것이 많던지.

    버스나 지하철을 타면 들려오는 사람들의 이야기 소리에 자동으로 오지랖이 넓어져 꽤 스트레스가 아닐 수 없었고,
    그러면서도 필요한 말은 제대로 듣질 못해 순식간에 바보가 된 것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
    스페인어는 잘 하지도 못하면서 툭하면 수페인어 단어가 튀어나와 사람들을 당황하게 했고
    그동안 새롭게 바뀐 지폐는 구지폐보다 작아져 신기하고 편했으나 예전에 남겨두고 간 구지폐를 쓰느라 좀 민망했으며
    예전에 쓰던 수십장의 멤버쉽 카드는 사용 가능한 것과 불가능 한 것들을 골라내고 갱신하는데 적지않은 시간을 소비할 수 밖에 없었다.

    많은 친구들이 결혼을 했고, 심지어는 2세가 걸어다니기도 했다.
    나에겐 모두 소중한 친구들이지만 이제는 나와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예전처럼 밤늦게 전화를 거는 것도, 어느 날 갑자기 불러내어 술 한잔 하는 것도 지난 추억에서나 가능하다.

    가장 힘든건 이해력이 떨어지고 말을 조리있게 하기가 힘들었으며 기억력이 현저히 감소했다는 것이다.
    쓸데없이 사소한 것 하나하나 너무 기억해서 탈이었는데
    돌아와보니 출국 전 기억은 내 머릿속에서 거의 지워지고 없어졌다.
    주위의 구박도 받고 혼자 자책도 하면서 기억해내려 애쓰고 예전의 흔적들을 찾다보니 어느 정도는 기억을 되찾았는데
    일상생활에서 얼마나 챙기고 기억해야 할 것들이 많은가를 느낄 수 있었다.

    어디를 가더라도 여기저기서 남발하는 외국어와 부적절한 표현 등이 너무 거슬리고 스트레스였지만
    순식간에 나만 까칠하고 태클거는 인간으로 만드는 사람들의 반응으로 이제는 거의 포기상태다.
    이것 역시 한국어에 대한 애정이 생기면서 오는 부작용이다.
    그냥 나부터 제대로 쓸 수 있도록 공부나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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