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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년 9월 30일] 다카
    여행:: 아시아/05' Bangladesh 2005. 12. 8. 00:48

    ☆ [2005년 9월 30일 : 다카]


    절대 적응하지 못할 것 같은 방글라의 생활도..이제 적응 되어가는 걸까.

    아무데서나 잘 자는 나지만..처음 며칠은 새벽에 중간중간 깼었는데.

    이젠 깨지도 않고. 심지어 못일어나겠다고 발버둥치며..나를 환하게 밝히고 있는 태양을 원망스럽게 쳐다본다.

     

    오늘은 우빈이네 이사하는 날.

    낙천적인 건지. 이사에 대한 생각이 없는 건지;; 약 두시간 후면 짐을 빼야 할 집은...

    짐을 싸기는커녕..폭탄맞은 집처럼 너부러져 있다.

    (그럼에도 본인은..거의 다 정리됐다고. 우기고 있다)

     

    부스스한 몰골로 일어나서 짐을 싸기 시작했다.

    (나는 옆에서 구경만 했다ㅡ 기껏 주섬주섬 챙기면..버리는 거란다;;;;)

    불가능할 것 같았던 이사짐 꾸리기가 얼추 다 되고.

    집안 천장에 걸려있는 선풍기 팬을 떼어야 하는데...의자를 놓고 일어서도 키가 닿질 않는다. ㅡㅜ

    그러고 보니...천장이 정말 높았다. 왜 여지껏 인식하지 못했을까.

     

    다로안 아저씨를 불러와서...짐 좀 옮겨 달라고 부탁하고....그러나 결국 팬은 떼어내질 못했다.

    눈이 마주칠 때마다 느끼한 웃음을 날려주는 아저씨.

    저 아저씨가 저런 차림으로 있으니까 그렇지..제대로 차려 입고 꾸미면...아마 여자를 꽤나 울릴거야 ㅡㅡ"

    (다로안 아저씨 볼 때마다 이 말을 했더니..."너 방글라 오더니 눈이;;;;;" 근데 진짜 잘생겼다니깐.)

     

    한국으로 부칠 짐들은 1층에 맡겨 놓았고..출국하기 전까지 머물 장소는 혜숙언니네 집.

    우빈이가 쓰던 냉장고를 혜숙언니가 사서..짐을 가지러 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목이 너무 말라..슈퍼(실은 구멍가게)에 갔다.

    콜라가 너~~무 먹고 싶었다. 일단 콜라를 사고...가게 구석에 앉아서 쉬고 있는 중.

    이건 냉장고. 비닐봉지에 들어있는 투명한 저것은..물이다ㅡ

     

    나는 가게의 모습을 찍으려던 것이었는데..때마침 들어온 쌍둥이의 기대에 찬 시선에 눌려

    셔터를 눌러주었다. (정말 이들에게 사진을 줄 수 없음이 안타까울 뿐이다.)

    아마도...교복인가 보다.

     

    우리의 관심은..콜라를 마시며..혜숙언니가 과연 어떤 차를 포섭해올까..에 집중되어 있었다.

    혜숙언니는 말했었다. 좋은 트럭을 구했노라고.

    이사를 하려면..아니..냉장고 정도를 옮기려면..그래도 낡은 차 한 대는 잡아오겠지ㅡ라고 나는 말했다.

    그러나 들려오는 답변은..."네가 아직 혜숙언니를 몰라서 그래..혜숙언니의 트럭은 우리가 상상도 못한 걸지도 몰라"

    이런 대화를 나눈 뒤 불과 5분? 나는 콜라를 마시다 그대로 쏟을 뻔했다.

    푸하하..할 말 잃음 ㅡㅡ;

    달구지 같이 생긴 것에 (소 대신 자전거가 달려있을 뿐;;)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서는

    늠름하게 골목으로 들어오고 있는 그녀!

    오늘의 기사가 되어주실 아저씨의 뒤편을 보면...벽면에 도로명과 숫자가 적혀있다.

    방글라데시에 와서 놀란 것 중에 하나가...다카의 주소체계가 매우 체계적으로 되어 있다는 것이다.

    릭샤를 잡아타고..불필요한 설명을 보태지 않아도..도로 이름과 그 주소만 말하면 찾아갈 수 있는.

    (물론 유럽이나 이런 곳은 이게 보편적이겠지만. 다카가 이렇게 되어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수도 다카에만 새로이 정비를 한 것이라고 한다.

    여튼..매우 체계적이고..효율적임에는 분명하나..

    우리집의 주소가 XX도로 XXX번 이라고 한다면 꽤 삭막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XX구 XX동과 별 차이가 없다면 없겠지만..)

     

    이제는 내 집앞같은 골목길..

    나보다 옆에 있는 이자식의 기분이 더 시원섭섭하겠지.

    얼추 짐을 쌌다. 그러나 갑자기 쏟아지는 비!

    갑자기 어이없다는 듯이 나를 쳐다보는 우빈의 눈초리;; 내가 몰!!

    급히 공수한 비닐로 냉장고를 보호하고 (사실 매우 빈약했지만-)

    갑자기 폭우로 돌변한 기후에..우리는 따로 차를 잡아타기로 하고.

    아저씨에게는..주소 하나만 달랑 건네주었다.

    문제는 아저씨가 영어를 읽지 못한다는 것과. 설명을 해도 그곳이 어디인지 모르겠다는 표정.

     

    여튼..그렇게 우리는 그 아저씨만을 믿고 짐을 보냈고 (심지어 저기엔 내 배낭까지!!)

    우리는 CNG를 잡아타고..혜숙언니네 집으로 향했다.

    운도 지지리도 없지. 하필 내가 앉은 곳의 천장이 뚫어져서 비가 셀 게 뭐람!

     

    물에 젖은 생쥐꼴을 하고서는..혜숙언니네 집에 도착했다. 

    비는..그치기는커녕...점점 더 쏟아지고 있다.

    이제는 아예 대놓고 내 탓을 해대고 있는 그녀들.

     

    시간이 한참 지났는데도. 우리의 짐은 여전히도 소식이 없다.

    슬슬 걱정되는 마음을 한켠에 두고. 그 냉장고를 팔면 얼마는 받을텐데..도망가고도 남지..등등의

    악담-_-을 해대고 있었다.

    갑자기 떠오르는 바하리야 사막의 악몽.

    그때도 투어기사가 우리의 가방을 몽창 가지고는...깜깜 무소식이어서..

    졸지에 빈털털이로 국제 미아가 될 뻔했던 경험.

    이런일들은..경험해보면 알겠지만..처음엔 불안.초초의 증상이 반복되다가. 나중엔 그러려니. 하게 된다.

    지금도. 이제 짐이 오면 오는 거고. 말면 마는 거고 ㅡㅡ"

     

    그때. 짐이 도착했다! 안도의 한숨과 약간의 환호성을 지르며 내려갔는데...

    맙소사. 아저씨 완전 다 젖으셨네! 그나 저나. 비 정말 징그럽게 온다.

    배낭커버와..비닐의 위력으로. 배낭은 하나도 젖지 않는 기적을 일으켰다 ㅡㅡ;

    금새 물이 차오르기 시작하는 도로.

    나도 길가에 앉아 배나 얼른 만들어야 하는건 아닐까? ㅡㅡa

    혜숙언니네 집은 6층;;

    길 건너 가게에서 구경하던 청년들이 혜숙언니의 s.o.s에 짐꾼으로 되어 버리는 상황.

    과연 저 냉장고가 이렇게 비 맞고 작동은 하려나 모르겠네.

     

    말 많고 탈 많은 냉장고 옮기기의 끝은...

    냉동실에 잔뜩 난장판이 되어 버린 미숫가루+멸치와;;

    고춧가루의 처절한 마지막 모습을 끝으로 마감하였다.

     

    아까부터 옆집에서 관심이 많다...

    결국 우리가 짐을 다 가지고 들어오자. 온 가족이 들어와서는..이것저것 참견을 하기 시작했다.

    냉장고가 삼성인 것을 보고는..부러워하기 까지...

    한국은 몰라도 삼성은 안다는 말이. 아무래도 거짓이 아닌가보다.

     

    옆집아이. 씨암. 나이는 두 살 반~

    속눈썹좀봐...예술이야..ㅠㅠ

    씨암과 그의 누나 슈꼬르나. 슈꼬르나는 5살.

    옆집으로부터 식사초대를 받았다. 방글라음식..안땡기지만..한번 더 도전해보지 그까이꺼!

    생각보다 맛이 괜찮다ㅡ 근데..밥은 제발 조금만 줬으면..ㅠㅠ

    '까끄롤'이라고 하는 것인데..방글라데시에만 있는 것이란다. 맛은..호박과 비슷하다.

     

    방글라음식이 전체적으로 느끼하지만. 매운 맛도 강하다.

    그것이 그나마 나에게는 다행!

    '까짜모리츠'라는 고추가 있는데...생긴건 풋고추보다 작게 생겼지만..그 맛은!

    작은 고추가 맵다 ㅡㅡb

    내가 이것에 먹어보겠다고 집어 들자. 일제히 "NO~ No~~"

    마치 외국인이 멋모르고 청양고추를 덥썩 집었을 때의 반응이랄까;;;

    이러면...더 먹고싶잖아~~ 내가 또 매운걸 얼마나 좋아한다고!

    모두의 걱정어린 시선속에. 까짜모리츠 먹기 성공! 므흣~ (근데 진짜진짜 맵다!!!!)

    후식으로 나온 푸딩. 계란이랑 뭘로 만들었다고 했는데 ㅡㅡ"

    잘 들어둘걸...정말 맛있었거등.

    딸에게 푸딩을 먹여주고 있는 샤밈 아저씨.

    shamokal이라는 신문사에서 일하고 있는 저널리스트.

    내가 방글라 신문에 등장하게 된 사연은 여기서부터ㅡ ㅋㅋ

     

    한참을 놀다 나오니 어느덧 해가 지고 있다.

    계속 비가 오는 구린 날씨지만...뉴 마켓으로 향한다.

    과일을 사들고 ㅡㅡ"

    쭈리 파는 가게. 와..정말 형형색색의 쭈리들!

    (대따 비싼 놈으로 한통 사왔는데.. 아직까지 풀러 보지도 못했다;; 한국에서 낄 일이 있어야;;)

    이곳은 천 끊는 곳.

    '쌀루아까미즈'라는 방글라 옷을 맞춰주겠다며 데려왔다.

    오는 길에 사온 과일을 뜯어먹으며-_- 나에게 맞는 천을 골라주고 있는 모두들.

    역시 천을 사러 나온 세 자매. 비슷한거 같기도 하고. 전혀 다른거 같기도 하고...

    고도의 흥정을 벌이기 위해 한국말로 작전을 짜고 있는데..

    저 아저씨..한국말을 조금 알아들으신다..으헥.

    여차저차. 천을 다 끊고.

    옷! 저건! 지난번에 본 영화! 이 영화 유명한가봐ㅡ ㅋㅋㅋ

    길거리에서 팔고 있는 이것은....과일인데...

    동그란 저 과일을...뚝딱뚝딱 칼질 몇 번만 하면...

    꽃 모양으로 변신!

    역시 소금을 잔뜩 뿌려준다..ㅠㅠ 정체불명의 매운 향신료와 함께..

    떪고. 짠..그 맛이란...ㅡㅜ

     

    방글라는 불법복제의 천국이기도 하다.

    디비디도 그러려니와..책 또한 모두 제본품.

    영어책이나 하나 살까 싶어 (먼 나라까지 가서 또 시작이다. 제발. 집에 있는거나!!!) 사러 가는 도중.

    어디선가 풍겨오는 맛있는 냄새.

    본능적으로 냄새에 이끌려 가보니....

    이걸 뭐라해야하나? 동그랑땡?? 여튼. 소고기를 튀겨서. 하나씩 팔고 있다.

    한 개에 10원? 20원??

    맛은?? 최고다 최고!

    가던 길도 잊은 채. 세 여인은..저곳에 서서 계속 사먹고 있었다 ㅡㅡ;

     

    저녁은...루나언니네 집으로 가는 중..

    루나언니는..대사관에서 일하는 방글라데시인인데. 처음에 대사관에 갔을 때

    완벽한 한국말을 구사하여 나를 깜짝 놀래게한 사람이다.

    아주대에서 공부도 했었고. 또 다시 한국으로 공부하러 갈거라는 루나언니.

    외국사람과 한국어로 유머가 통하는 그 느낌..정말 묘하다ㅡ

     

    한국에서부터 공수해간 소주를 선물로 주었는데..아쉽게도 다른 친척들이 있어서 같이 마시지는 못했다.

    무슬림은..술을 먹을 수 없으므로..루나 언니가 굉장히 아쉬워 했지만..

    언젠가 꼭 먹어보고 싶다고 했다. 한국에 오는 그날. 갈비살과 소주를 쏘기로 했지!

    루나언니가 해준 비빔국수와 김치찌개ㅡ

    (김치찌개는 사실 강모양이 만든 건데. 너무 짰어! 역시 본인은 맛있다고 우긴다ㅡ)

     

    다 먹고는..부엌에 들어갔다가..절대 잊지 못할 장면을 보고 말았으니.

    집안일 하는 여자애(라고 해봤자 10살?)가 부엌 구석에 쪼그려 앉아서 반찬도 없이

    맨밥을 먹고 있었다.

    사실 이런 장면이야..여지껏 초대받아 갔던 대부분의 집에서도 흔히 봤던 것이지만.

    그래도..이날 그 여자아이의 눈은 잊을 수가 없다.

    그나마 이렇게 쪼그리고 앉아 맨밥이라도 먹을 수 있는 이 아이는 행복한 것이니.

    무어라 말하면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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