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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월 24일] ② 이스탄불 → (카이로)
    여행:: 지중해, 중동/04' Turkey 2004. 10. 2. 00:29

    길이 공사 중이라 엄청 막혔다. 약속시간보다 늦게 에미뇨뉴역에 도착했는데...

    사람은 많고...언니들은 안보이고..이건 완전 서울에서 김서방 찾기;;

    저기 멀리 앉아 있는 것을 발견...!!!

    아침도 못 먹고 톨아 다닌 터라 쓰러질 듯이 배가 고팠다..

    언니들은 점심을 먹고 왔는지 별로 배고파 보이지 않았지만..고등어 케밥을 먹자고 강력히 우겨서...케밥을 먹으러 갔다.



    고등어 케밥은 이스탄불에서 유명한데...갈라타 다리 건너가기 전 왼쪽으로 가면 배 위에서 아저씨들이 정신없이 고등어를 굽고 있다.

    배가 하도 출렁출렁 해서..보기만해도 멀미가 났다.

    고등어 굽는 냄새가 허기진 배를 마구 자극했다.

    이스탄불에 오면 꼭 고등어 케밥을 먹어야지..벼르고 있던 터에 배까지 고팠으니..

    둘이 하나를 나눠 먹기로 하고 한 개를 더 샀다.



    빵 사이에 구운 고등어를 끼우고 양파를 통째로 넣는..정말 별 것 아닌 듯 보이지만..

    고등어 위에 소금을 살살 뿌려 먹으면..비리지도 않고..정말 맛있다...

    케밥 하나에 1,500,000리라. 약 1,500원 정도.

    왼쪽에 피클같이 생긴 것은 우리네 물김치같이 사람들이 많이 사먹길래 사봤는데..꽤 먹을만 했다.



    멀리 왼쪽으로 보이는 갈라타 탑과 갈매기.

    스탠드 한켠 사람들 틈에 앉아 갈라타교를 바라보며 케밥을 먹고 있으니 한가로운 느낌이 들었다.



    저 예니 모스크 뒤편에 이집션 바자르가 있다.



    우리나라의 남대문 시장 같은 곳. 그랜드 바자르보다 규모는 작았지만 이곳 역시 사람들로 북적댔다.

    다들 터키차를 사자는데 동의하여 한꺼번에 모아서 사기로 하고 한 가게에 들어갔는데..

    어찌어찌 하다보니 벌써 사는 분위기로 넘어가 있었다.

    사겠다는 의사를 내비치기 전에 모든 흥정이 끝났어야 하는데 너무 성급했다..

    제대로 깎지도 못하고 애플티를 한무더기나 사 버렸다.

    비싸게 주고 산 듯 하여..다른 가게에서는 가격을 물어보지도 않았다..ㅠㅠ

     

    시장안을 돌아다니는데 막상 살 것은 별로 없다. 항상 이렇지.으이그..

    모든 기념품을 여기서 해결하려고 했었는데..결국 산거라곤 애플티가 전부;;

     

    사실 사고 싶은 건 많았다..돈이 없어서 문제였지 ㅡ,.ㅡ

     

    "곤니치와"

    상인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저렇게 인사한다.

    무시하고 지나가면.."니하오"라고 한다. 근데 이상하게 '니하오' 그러면 기분이 나쁘더라구;;

    눈치빠른 애들은 "안녕하세요"하기도 한다.

    여튼 '곤니치와 vs 니하오 vs 안녕하세요'의 각축전.

     

    바자르를 다 둘러보고 났는데도 시간이 남아서 탁심광장에 가기로 했다.

    지혜언니는 이스라엘 가는 비행기표를 알아본다고 헤어지고,

    은정언니는 어제 산 에빌아이 줄을 더 사겠다며 따라 나섰다. 



    갈다타 다리를 건너는데 사람들이 다리 위에서 낚시를 하고 있다. 저 물에서 고기가 과연 잡힐지 정말 궁금했다 ㅡ,.ㅡ

     

    이곳 이스탄불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아시아와 유럽 두 개의 대륙에 걸쳐있는 도시이다.

    면적으로 따지면 동양은 97%, 서양은 3%정도되는데 많은 사람들이 집은 아시아, 직장은 유럽으로 다닌다고 한다.

    북쪽의 흑해와 남쪽의 지중해가 만나는 물길인 보스포러스 해협이 이스탄불을 아시아와 유럽으로 구분하고 있고,

    유럽쪽의 이스탄불을 골든 혼이 오스만 제국의 구도시와 갈라타 항구로 분리하고 있다.

     

    지금 생각하면..이스탄불은 참 매력적인 도시다.

    이스탄불이라는 이름에서부터 뭔가 신비감이 느껴지는...

    근데 저땐 한시라도 빨리 이스탄불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정신없는 도시는 너무 싫어 ㅡㅜ



    탁심광장까지는 험한-_-언덕을 올라 한참을 걸어가야 했다.

    한참을 걸어 광장 끝 부분에 도착하니...



    요런 귀여운 트램이 서있었다. 탁심광장에서 쇼핑가를 따라 짧은 거리를 운행하는 올드트램인데..

    은정언니는 저 위에 올라가서 사진까지 찍고 내려왔다..ㅡㅡv



    탁심은 한국의 명동같은 곳이다. 젊은 사람들로 가득한 거리. 이런 활기참이 좋다.

     

    먼저 은정언니가 사려는 에빌아이 줄(긴 줄인데 목에 걸면 목걸이 팔에 걸면 팔찌;;;;)을 사러 갔는데..

    그거 파는 아저씨가 대뜸..

    "오늘은 안돼"

    ㅡ,.ㅡ 아니 어제 얼마나 깎아 댔길래 이러는거야;;;

    오늘은 절대 안된다던 그..결국엔 은정언니의 끈질긴 흥정에 두손 들고 말았다.



    시장골목도 돌아다니고....



    터키는 과일이 싸다..특히 토마토..500원어치 정도만 사면 빵에 끼워서 한끼를 배부르게 먹고도 남는다.



    영화 포스터들을 보니 영화가 보고 싶어졌다. 지금쯤 한국에선 어떤 영화가 개봉할지...

    CD를 사러 가게에 들어갔다. 괴레메에서 바에 다녀온 이후로 터키 음악이 계속 귀에 맴돌았었는데

    이 탁심광장에서 흘러나오는 음악들을 듣고 있자니..돌아가면 이 음악들이 그리울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근데...당췌 누가 누군지 알 수가 있어야지;;;;

    맘에 들었던 노래가 있었는데 제목을 몰라서 결국엔 실패하고...

    최신가요 모음집같은 앨범을 한 장 사 들고 나왔다. 들을수록 묘한 매력이 있는 음악들이다.

     

    어느덧 숙소에 돌아가야 할 시간이 왔다.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버스는 올 생각을 않는 것이다. 이러다 늦으면 비행기도 놓칠 판이었다.

    지나가던 애들이..

    "여기 버스 안서"

    "왜?"

    이유를 말해줘야 할거 아냐;;; 무조건 안슨단다..

    은정언니는 분명 어제 이곳에서 버스를 탔다는데..좀 더 기다려 보기로 했다.

    그러나;; 역시 안온다...ㅡ,.ㅡ

    광장에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었는데..보아하니 오늘 무슨 행사가 있는지...

    차로를 다 막아놓고 무대설치에..방송점검에..난리도 아니었다.

    으윽..숙소까지 걸어가려면 한시간은 걸릴텐데..ㅠㅠ

    서둘러 자리를 옮기려고 하는데..

    "잠깐만 뭐좀 물어봐도 될까?"

    어떤 여자가 은근 슬쩍 다가온다..

    "응..몬데?"

    "어디서 왔어?"

    "한국"

    "터키엔 왜 왔니?"

    "여행중이야"

    "시간좀 내서 우리랑 얘기좀 하면 안될까??"

    "무슨 일인데?"

    "이따가..저 무대에서 너희를 인터뷰 하고 싶은데..."

    오 갓. 그러고 보니 뒤에 카메라맨이 서있네;;;

    "에? 미안..비행기 시간이 얼마 안남아서 가봐야해.."

    더 머뭇거리다가는 잡힐까봐 얼릉 꽁무니를 빼야 했다 ㅡㅡa

     

    보통 돌아가는 길은 더 가깝게 느껴지는 법인데..유난히 걸어도 걸어도 끝은 보이지 않는 듯 했다.

    갈라타 다리를 건너려고 하는데..피스타치오를 파는 리어카가 서있다.

    이곳 사람들은 입이 심심한지..저런 씹을 거리를 참 좋아하는 것 같다.

    우리도 한봉지 사서 숙소에 돌아갈 때까지 입을 즐겁게 해줄 수 있었다.

    갓 볶았는지..고소하고..맛있었다..껍질을 벗기는게 정말 힘들었지만...

     

    숙소에 도착하니 지혜언니가 있었다. 주인 아저씨한데 공항까지 가는 길을 물어보고 짐을 챙겨와

    짐을 정리하는 동안 지혜언니와 소진이는 의자에 앉아 연신 피스타치오를 까먹고 있다..

    저 까먹기 힘든걸 잘들도 먹네;;

    아직 출발하기엔 좀 이른 감이 있었지만..딱히 시간 가기를 기다리기도 뭣해서..언니들과 작별 인사를 나눴다.

    트램 타는 곳까지 배웅해주겠다며 짐도 들어주고..

    며칠동안 벌써 정이 들었나보다..헤어지는 것이 너무 허전했다. 서울에서 만나자는 약속과 함께 트램에 올랐다.

     

    약간은 살벌한 이스탄불 공항 검색대를 통과하고..

    이집트항공을 찾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없다;;; 뭐 이래;;

    한참을 헤매다 물어보니 아무 곳에나 서도 된단다..으씨.



    체크인을 하고, 부칠 짐을 올려놓고..보딩패스 받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너네 예약이 안돼있는데?"

    "잉? 무슨 소리야?"

    "이름이 예약자 명단에 없어"

    "그럴리가. 우린 이미 결제까지 다 했는걸? 다시 한번 확인해봐"

    "없어"

    와...이런 황당한 일이...스펙타클한 여행을 만들어 주려는 것도 정도가 있지. 이륙시간 거의 다 됐단 말이야..ㅠㅠ

    "그럼 어떡해야해?"

    "너네가 이집트 항공에 전화해서 해결해"

    와...이런 싸가지를 봤나...좀 곱게 말하면 어디가 덧나냐..틱틱대기는 오지게 틱틱대네.

    올려 놨던 짐 도로 다 끌어내리고...다시 나왔는데..뭐부터 해야 할지 정말 막막했다.

    그래..어쩐지..지금까지 너무 순조롭다 했어...ㅡㅜ

    '이런 망할 넘들. 한국 사람것 팔아주겠다고 기껏 그 여행사에서 샀더니..예약을 이따구로 해놔?'

    실실 쪼개던 그놈 얼굴이 생각나면서..한 대 쳐주고 싶은 맘밖에 안들었다.

    우선..그 여행사든 이집트 항공이든..전화를 해봐야 할 것 같은데..

    공항에 와서 남은 터키돈을 다 환전한터라 가진 돈이 하나도 없었다..으아아아

    당황하니까 아무것도 생각이 나질 않았다..비행기 이륙시간은 점점 다가오고...

    한국에서 선불카드 충전해놓은 것이 생각나서 전화기를 찾아 수화기까지 들었는데...

    또 다시 문제 발생..

    선불카드로 터키 국내에 전화하는 법을 모른다..ㅠㅠ

    한국으로 하는 법만 알았지..내가 터키 내에서 전화할 일이 뭐가 있었겠냐고ㅡ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인포데스크에 가서 사정을 얘기했다..

    "기다려봐..내가 전화해볼께.."

    뭐야..진작 얘네한테 얘기할걸;;;

    여기저기 전화해보더니..

    "전화를 안받아. 10분후에 다시와..그때 다시 전화해 보자"

    "그래. 고마워"

    이때의 10분은 어찌나 느리게 가던지...

    근데 전화해주겠다는 사람이 자리를 비우더니..10분이 지나도 올 생각을 안한다...참다못해

    "이봐ㅡ 전화해준다며..어떻게 된거야??"

    "전화를 안받는데 어떡해. 저쪽 사무실로 가봐"

    이것들이 ㅡㅡ^

    사무실을 찾아서 갔다..인포데스크에서부터 멀기는 오지게 멀다.

    그곳에서도 또 자초지정을 설명했다. 그랬더니 티켓을 달란다..

    한참 이것저것 조회해보더니...

    "이제 인포로 가봐"

    뭔가 됐겠지 싶어 욜리 뛰어서 인포로 갔다..그랬더니 이넘들 하는 소리가..

    "사무실로가..우리는 할 수 있는게 없어"

    아ㅡ 드디어 폭발했다. 똥개훈련을 시키는 것도 아니고!

    사무실로 가서 있는대로 짜증을 부렸다.

    "인포에서 이리로 가보라 해서 왔더니 니네는 인포로 가라 하고, 다시 인포로 갔더니 또 니네한테

    가래잖아...지금 장난해?"

    승질을 부렸더니 아무 말 안하고 티켓을 다시 달라더니 컴퓨터에 뭔가를 치는 듯 했다.

    "이제 체크인 하러 가봐"

    이번에도 안되면 다 뒤집어 놓을테다ㅡ

    우선..동양 호스텔로 가서 그곳부터 뒤집어 놓아야겠다..아..혈압..

     

    한시간 여를 이리저리 뛴 끝에 겨우 체크인을 했다.

    다행히 이륙 전에 비행기에 탑승할 수 있었는데..아직도 의문인 것은 왜 명단에서 누락이 됐으며,

    설사 오류로 그랬다 하더라고..키보드 한두 번 쳐주면 해결되는 문제를 왜 이리저리 굴렸냔 말이다!

    이렇게 이스탄불 공항은 내게 끔찍한 기억을 남겨주었다.

     

    비행기에 오르는 순간 제일 먼저 든 생각은 '과연 이 비행기가 날 수는 있을까'였다 ㅡㅡ;

    그래도 명색이 국제선인데..앞에서면 비행기 끝이 바로 보이고..

    한줄에 놓인 좌석수는 5개가 전부였다;;

    더 놀라운 것은..분명 이집트 항공을 끊었는데...타고 보니 터키 항공...ㅡ,.ㅡ

    에라 모르겠다. 어떻게든 카이로만 가면 되지.

    확실히 비행기 안에는 검은 피부의 사람들이 많았다.

     

    비행시간이 짧아서 기내식을 안줄 줄 알았는데...



    준다...오오오오....

    먹을 것을 보니 좀 전까지 차오르던 분노는 이미 사그라 들었다...이런 단순한..ㅡ,.ㅡ

     

    이제 이집트로 간다.

    설마 이집트 공항에서 잡히는 건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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