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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로젝트 진행기 1
    페루:: Perú/KOICA - Trujillo 2007. 3. 17. 02:27
    이번에 페루사람들과 일하면서 힘들었던 점이 있다면 시간을 너무 안지킨다는 것이다.
    작년 7월 처음으로 학교에 OJT갔을 때 그 달 말에 공사가 다 끝난다며 당장 다음 달 부터 수업 시작할 것을 요구했던 교장.
    다음 달은 커녕...한 해가 다 끝나가도 공사는 제자리.
    프로젝트 계획서는 제출하여 승인까지 받았는데....이사람들 말만 계속 이번달, 이번달..계속 미뤄지기만 하고..
    자기들이 약속한 일정이 늦춰지는건 신경도 안쓰면서, 우리가 일정 며칠 늦추겠다고 하면 정색을 하는 그들.
    정작 자기네들이 해야할 일들은 하지도 않으면서 우리쪽에 요구하는것은 어찌나 많은지.

    2월 15일까지 공사를 끝내겠다는 문서에 서명까지 받고 2월 말 학교에 갔지만 여전히 끝은 안나고.
    사실...이곳에서 10개월 정도 살면서 이제 나도 이들의 생활방식에 나름 익숙해져서 아무리 문서에 서명을 받아놨다 하더라도 다 마무리가 되었을거란 기대는 안했지만 (오히려 기대보다 더 많이 진행해 놓아서 놀랐으면 놀랐을까...)
    '오늘 다 끝나~' 라는 말들만이 계속 이어지는...

    프로젝트가 늦춰지면 늦춰질수록 나는 당장 학생 수업을 시작 할 수 없으므로 오히려 편하지만...
    내가 여기 왜 왔는가?라는 생각과 욕심으로 이번엔 강행해야겠다 맘먹고, 무조건 15일에 오픈일을 맞춰놓고는 곧 한국 들어가시는 소장님까지 초청했다.
    날은 점점 다가오는데 일은 진척이 되지 않고.
    매일 아침 일찍부터 그 먼 비루에 나가서 하루종일 막노동을 하고는 막차를 타고 집에오는 강행군이 3월 내내 지속되었다.

    페루에서 가장 무서운 말이 있다면...
    'ahorita(지금)'
    항상 'ahorita'를 외치면서 2-3시간 기다리게 하는것은 기본이다.
    문서 하나 받는것도 하루종일 기다려야 하고,
    몇 시에 공사를 하러 오겠다고 하면 시간을 정했어도 언제 온다는 보장이 없다.

    매번 속으면서도 이번엔 시간 맞춰 오겠지..하며 일찍부터 가서 기다려도 감감 무소식.
    오후 4-5시나 되어야 일을 시작하니..해가 져도 웬만하면 끝을 보고 가려는게 다음날 또 언제 올 지 알 수 없기 때문.
    그래서 이젠 'ahorita'라는 소리만 들으면 '으아아악~~~~' 비명이 절로 나온다..

    페루사람들이 시간 약속 안지킨다는것은 익히 알고있었지만..
    이렇게 심각할줄은...프로젝트를 진행하지 않았다면 몰랐을 것이다.
    실제로 사람들과 부딪히며 일을 진행하다보니 '제~~~발 정시에 와달라.'고 해도 소용없는 짓.
    핑계는 뭐가 그리도 많은지..그러면서도 미안하다는 소리는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

    컴퓨터를 싣고 학교에 간 날.
    오전 11시에 학교에 도착하기로 예정되어 있었고, 전날 전선 공사때문에 강의실 열쇠를 학교측에 맡겨놓은터라 그 시간에 꼭 있어야 한다고 말해놓았는데..
    컴퓨터를 싣는 작업도 역시나 늦어져 학교에 1시에 도착했다.
    그런데.....열쇠를 가지고 있는 아저씨가 뜨루히요에 갔다는 것.
    드디어 참을성이 폭발한 우리는 교장에게 연락하여 2시까지 오지 않으면 기자재 가지고 모두 철수하겠다고 했다. 더이상 진행하지 않겠다고.

    현판을 달러 온 아저씨가 우리에게 물었다.
    "페루 좋아??"
    대부분의 페루 사람들에게 듣는 질문이다.
    그때면 항상 "응..좋아~" 라고 대답한다.
    누가 자기 나라에 대해 물어보는데 '싫어'라고 대답해주겠으며, 페루가 좋은게 사실이니까.
    그런데 이번엔 지칠대로 지쳐 이렇게 대답했다.
    "다 좋은데 사람들이 시간약속을 너무 안지켜"
    그러자 그 아저씨 왈.
    "그래..페루사람들이 그렇지. 나 결혼식 때 신부가 1시간 늦었어..하하"

    뭐...할말이 없다..ㅋㅋㅋ

    예전에 한국에 코리아타임이 있었다고 하는데..
    정말 이정도로 심각했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뭐 하나 물어봐도 차라리 모르면 모른다고 하지.
    왜 다 아는것 처럼.."다 해줄게...걱정마~"
    그래놓고 며칠이 지나 시간만 까먹게 만들고는...결국엔 우리가 알아서 다 해야하는.
    일이 힘든것보다...그런 것들이 지치게 하고, 의욕을 상실시킨다.

    물건을 하나 사도 배달업자를 알아봐야 하고,
    그나마도 학교까지는 고속도로를 타고 1시간을 달려야 해서 구하기 힘들고..
    무엇을 맡겨도 융통성있게 처리하는게 아니라 하나부터 열까지 일일이 다 말해주지 않으면 결국엔 다시 주문이 들어가야 하고.

    한국에서 진행하는 일이었으면 효율적으로 편하게..빨리 했을 일들.
    나도 모르게 '한국이었으면...'이라는 생각으로 비교를 하게 된다.
    그러나 이곳은 페루.
    페루가 효율적인 나라였다면 내가 봉사단으로 이곳에 올 이유도 없었겠지.
    이들은 서두름이 없다. 그냥 오늘 하면 좋고..못하면 내일 하면 되는거다.
    이들이 어떤 일을 척척 해내는 날..그땐 더이상 봉사단 파견이 필요없게 되는 날 일 것이다.

    많은 우여곡절과 페루사람들을 좀 더 현실적으로 느끼면서 프로젝트 준비는 얼추 마무리 되어갔다.
    드디어 개관식 D-1.
    아주 완벽하게 준비되진 않았지만...개관식 일정을 맞춘것은 스스로도 기적이라 생각하며..
    그렇게 오픈만이 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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