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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를 괴롭게 하는 것, 소음
    페루:: Perú/일상 2007. 9. 18. 09:33
    페루에서의 삶을 나는 항상 즐겁게 받아들이려 한다.
    그러나 절대 적응하지 못하고 나를 괴롭게 만드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소음의 고통이다.

    방음시설이 거의 전무한 이곳은 온 사방이 소음에 노출 되어있다.
    사소하게는 우리집을 누르는 것 같은 옆집의 초인종 소리에 자다가도 깜짝 놀라며,
    아랫집에서 부르는 노랫소리에 귀를 막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주택가에 들어선 학교는 시도 때도 없이 밴드 연습을 하고
    (내가 일하는 학교에서도 때를 가리지 않고 하는 밴드 연습에 수업진행이 힘든 일은 이제 예사다),
    택시들은 습관적으로 클락션을 울려댄다.
    이는 신호등이 거의 없는 페루의 교차로에서 상대 차에게 주행을 알리는 신호로 사용되기도 하지만
    손님을 태우기 위해 사람만 보면 클락션을 울리는 택시들 때문에 그냥 길을 걷기만해도 클락션의 공격을 받아야만 한다.
    또한 성격 급한 운전자들이 울려대는 신경질적인 클락션도 있고,
    정말 아무 이유 없이 습관적으로 10초마다 한 번씩 클락션을 눌러대는 운전자들도 있다.
    얼마 전에 새로 오픈한 뜨루히요의 한 쇼핑몰에서는 꽉 막힌 교통에 끊임없이 울려대는 경적소리에 클락션 남발을 자제하자(no ruido)는 캠페인까지 하기에 이르렀다.

    시외를 연결하는 버스들은 다 쓰러질 것 같은 버스여도 티비는 필수이다.
    버스에서 항상 틀어주는 영화는 꼭 액션 아니면 전쟁.
    기관 출근시 판아메리카나 고속도로를 타고 왕복 두 시간 이상을 다녀야 하는 나는
    방학이 끝나고 학교를 출퇴근하며 다시 이 티비 소음에 시달리고 있다.
    볼륨을 줄여달라고 요청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며, 설사 줄여달라고 하더라도 그때뿐이다.
    어느새 볼륨은 다시 영화관처럼 높아져있다.

    그렇게 힘들게 하루 종일 소음에 시달리다 잠자리에 누우면 이번엔 각종 피에스타(파티)가 시작된다.
    보통 밤 11~12시경에 시작되는 피에스타에서는 음악을 최고로 틀어놓아 온 동네를 들썩이게 만든다.
    자기네들이 춤추고 즐기려는 그 피에스타는 새벽 3~4시나 되어야 끝이 난다.

    처음엔 이런 각종 소음에 시달리며 정말 내 정신이 어떻게 되는 것 아닌가 싶기도 했다.
    사람에게 가장 많은 스트레스를 주는 것 중의 하나가 소음인데,
    정작 이곳 사람들은 소음에 무덤덤하며 그것을 소음으로 느끼지도 않는 것 같다.
    오히려 주위가 조용하면 불안감을 느끼는 것 같은 사람들을 종종 본다.

    밤새 피에스타를 열고 시끄럽게 굴어도 아무도 뭐라 하지 않는 것은 자기네들도 그렇기 때문이다.
    이것도 이들의 문화이니 화를 낼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저 혼자 속앓이 하는 수 밖에.
    사방에서 밀려오는 소음에 청력은 엄청 손상되었고, 덕분에 귀마개는 내게 필수품이 되어버렸다.
    여행을 갈 때도, 잠을 잘 때도, 심지어 출퇴근을 할 때도 귀마개는 항상 나와 함께 하게 되었다는 슬픈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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