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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080702: 부에노스 아이레스(Buenos Aires)] 레꼴레따 묘지, 국립미술관, 그리고 탱고 배우기
    여행:: 남아메리카/08' Argentina 2008. 10. 7. 13:51

    ☆ [2008년 7월 02일: 부에노스 아이레스(Buenos Aires), 아르헨티나]


    리꼴레따 묘지를 가기 위해 버스를 탔다. 역시 버스는 시민의 발이다.
    노선도 많고 좁은 골목골목 다 다녀서 한국에서 버스타기보다 쉬운 것 같다.
    꼭 동전으로 요금을 맞춰서 내야한다는 불편함이 있긴 하지만..


    날씨가 흐린데다 바람까지 불어 을씨년스럽다. 정말 딱 묘지에 방문하기 좋은(?) 날씨 같다.



    레꼴레따 묘지(Cementerio Recoleta)는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가장 유서 깊은 묘지로
    조각상들과 화려한 장식으로 꾸며져 예술적인 묘지로 세계적으로도 유명하다.
    묘지의 묘 중에 70개가 국가문화재로 지정되었다고 하며 역대 대통령, 유명인들, 페론 전 대통령(Juan Domingo Peron: 1895~1974, 1946~1955, 1973~1974년 재임)의 영부인인 에비타(Eva Peron 1919~1952))도 이 곳에 잠들어 있다.


    페루를 떠나기 전에 아나스타샤가 에비타 묘지에 가게되면 꽃 한 송이 놓아달라고 부탁했던 터라
    레꼴레따 묘지에 들어가기 전부터 꽃 파는 곳을 찾았는데 결국엔 찾지 못했다.
    (미안 아나스타샤. 그래도 마음속으로 전해주고 왔어;)


    묘지 안에서 에비타가 잠들어 있는 곳을 찾는 것도 그리 쉽지 않았다.
    입구에서 지도를 보고 대충의 위치를 파악하고 들어갔음에도 한참을 헤맨 후에야 겨우 찾을 수 있었다.







    워낙 화려한 묘가 많아 에비타가 있는 묘는 상대적으로 너무 작고 초라하게 느껴졌다.
    그래도 역시 에비타를 찾는 많은 방문객들을 증명이라도 하듯 다른 곳에 비해 꽃이 많이 놓여져 있었는데
    생생한 꽃들은 없는 것으로 보아 오늘 새로 가져다 놓은 이는 없는 것 같았다.
    진짜 꽃은 구하지 못했지만 마음 속으로 꽃을 놓았다.


    이 레꼴레따 묘지 내부모습만 해도 정말 볼만한 볼거리인데 아쉽게도 이때 찍은 내부 사진(조각상, 장식 등)은
    바보같이 날려버려 기억속에만 남아있다;;;



    묘지 곳곳에 돌아다니던 고양이 녀석들.


    자. 이제 이 곳에서 큰 대로를 하나 건너면 있는 국립미술관을 찾아갔다.



    국립미술관(Museo Nacional de Bellas Artes)에는 아르헨티나의 작가를 비롯 모네, 고갱, 고흐, 모딜리아니 등
    유럽의 유명 화가의 작품들도 전시되어 있다 하여 대체 입장료가 얼마나 할까 떨고 있었는데 무료다. 아...이런 감동적인 일이. ㅠㅠ
    게다가 지금은 한국 작가들의 작품을 특별 전시하고 있는 기간이기도 했다. (신문에 나온 기사를 보고 신기해 하던 참이었다)


    사실 뭐 아는 그림도 없고, 내가 좋아하는 화가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미술에 관심도 없고..
    미술관은 나에게 그저 먼 공간일 뿐이라 유명 화가들의 작품이던 말던 그냥 쓰윽~ 지나가며 ‘흠~’. 이게 다였다.
    그래도 모딜리아니의 작품은 워낙 유명해서인지 눈길을 끈다.



    (이 박물관에서는 사진 촬영이 자유롭다.)


    가장 재미있고 인상적이었던 작품들은 역시 한국 특별전이다.






    북한관련 작품들도 있었고...
    타국에서 보는 한국의 것이라 더욱 새롭고 감회가 남다를 수 밖에 없었다.


    정말 골 때리는 사진도 많았고, 공감 가는 작품들도 있었지만 가장 인상적인 것은 최근 한국 국민들의 생활 모습이다.



    마치 아파트 한 쪽을 벗겨내어 각 집에 사는 사람들에게 포즈를 취하게 한 것마냥
    모두가 나름 가족사진 포즈를 취하고 있는 이 사진들에서 정말 아파트 한 동의 전체 모습을 보는 것 같았는데, 어쩜 그렇게 다들 사는 모습이 같은지..
    거실 한 쪽에는 쇼파가 있고, 그 반대편에는 티비가 있고, 반 정도의 가구에는 티비 근처에 컴퓨터가 놓여져 있다.
    너무나도 획일적인 모습에 순간 답답함을 느꼈는데 저 모습이 실상 우리가 ‘적어도’ 해놓고 살아야 하는 모습이라는걸 느끼면서 더욱 소름이 끼쳤다.


    엽기적인 작품들도 있었는데..




    얼핏보면 한국 제품들을 전시해 놓은 것 같지만..그 속에는...






    그야말로 진짜 천하장사..넘 기발하지 않아?




    한국 특별전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진짜 대충 지나가기만 했는데도 거의 두 시간이 소요되었다. 역시 박물관을 보는 것은 꽤나 피곤한 일이다.



    오늘 저녁은 그렇게나 벼르고 벼르던 아사도(Asado). - 역시 고기;




    아사도는 동물의 배를 갈라 내장을 제거하고 통째로 구운 일종의 바비큐로 소고기, 돼지고기, 양고기 등 고기의 종류도 다양하다.
    아르헨티나의 대표적인 요리라 여행 시작부터 먹으려고 벼르던 것이었는데 마땅히 먹을 기회가 없어 여지껏 경험해보지 못한 터였다.
    다른 지방보다도 오히려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아사도 파는 곳을 찾기가 어려워 겨우 찾아낸,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아사도 집을 찾아갔다.
    유명하다는 집은 정말 맛있거나 혹은 상업에 찌들어 비싸고 별로이거나 반반의 확률이라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지만 다른 곳을 마땅히 아는 데가 없어 찾아간 것이다.
    유명세 타는 곳 아니랄까봐 가격은 역시나 비쌌다.




    그래도 아사도를 먹겠다고 기껏 찾아왔는데...어쨌거나 먹었다.
    그리고는 생각했다. 이제 앞으로 bife de chorizo에 올인이다!



    시각은 벌써 8시가 넘었는데 오늘의 가장 중요한 일정이 남아 있다.
    탱고를 배우는 것!
    지난 번 산 뗄모 골동품시장에 갔을 때 탱고를 오케스트라로 연주하던 그 팀이 알고 보니 매주 수요일마다 호스텔 가까운 곳에서 공연을 하는 것이다.
    공연은 11시 30분경부터이고 9시에 가면 탱고 수업도 있다고 하여 찾아갔다.


    춤 배우는 것..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결국 배웠다.




    머리로는 다 이해되는데, 그리고 나는 그렇게 움직인다고 생각하는데 몸이 안 따라 준다. 나 몸치야??
    너~~~무 힘들다. 그것 좀 움직였다고 발목, 허리, 골반, 어깨 다 아프다.
    모든 춤이 처음에야 다 배우기 어렵겠지만, 탱고는 배우면 배울수록 고난이도의 춤인 것 같다.
    나는 그냥 앞으로 공연 구경만 해야 할 것 같다;;


    어쨌거나..기본 스텝도 배운 거라고 이제 탱고를 추는 모습을 보면 그 사람들의 움직임이 보이기 시작했다.
    힘든 탱고 수업을 마치고 탱고 오케스트라 연주가 시작되었다.
    정통 탱고는 아닌 듯 하고, 약간 현대식으로 퓨전 된 느낌의 연주지만 꽤 괜찮았다. 7월말에 다시 부에노스에 돌아오면 이들의 시디를 사야겠다.




    공연 중에도 사람들의 탱고 춤판이 벌어졌지만 공연이 끝나니 본격적으로 춤판이 벌어졌다.
    이 곳이 탱고 클럽인 터라, 나름 죽순이 들도 많은 모양이다.
    정말 즐겁게 춤을 추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나도 기분이 좋아졌지만 그 반면에 우리나라에도 이런 문화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페루에 있는 동안, 삶에서 춤을 뺄 수 없는 남미인들에게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
    “너네 춤은 뭐니?”
    “너네 전통 춤 함 춰봐”
    이들에게서 춤을 삶에서 뗄레야 뗄 수 없는 존재다.

    아무리 내가 한국을 알려야 하기로..탈춤, 부채춤, 살풀이..이런 것을 출 수 는 없잖아? 게다가 그건 일상생활에서 아무도 추지 않는다고. ㅠㅠ
    머리 희끗한 할아버지들도 꽤 계시고, 한껏 차려 입은 아줌마들도 있고,
    그야말로 남녀노소 전혀 가리지 않고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즐겁게 춤을 추는 이들을 보면서 잠시 생각에 빠졌다.
    페루에서도 이런 생각은 종종 했지만 그 때와는 또 전혀 다른 느낌이다.


    가장 나를 문화적 충격(?)에 빠뜨린 순간은, - 음악 장르는 모르겠지만 - 어떤 음악이 나오자 갑자기 다들 일렬로 서서는 미친듯이 열정적으로 모두들 춤을 추는 모습이었다.
    마치 다들 미리 만나서 연습이라도 한 것처럼, 오늘 처음 보는 이들이 일률적으로 동작을 맞추어 춤을 추는 것이다.
    생각해보니 이런 춤을 초등학교 때 어떤 행사 때 배웠던 것 같다. 남녀 짝을 지어서 췄던 이 춤.
    그때는 그렇게 너무너무 싫고 사람들이 이런걸 추면서 정말 즐거울까? 했었는데, 정말 즐거워하면서 추는 사람들을 오늘 처음 목격했다.


    역시, 세상은 좁아도 사람들의 삶은 아직까지는 다양한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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