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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108 까롤 이야기일상/흔적 2010. 11. 8. 03:45
웬만해선 내 블로그에서는 누구의 얼굴도 공개하지 않으려 하고 있지만, 이번엔 이 친구의 얼굴이 빠지면 안 될 것 같다. 이 친구 이름은 까롤이다. - Carola Sandoval Valentin 페루 뜨루히요에서 지내면서, 그녀와의 인연이 시작됐다. 더 정확히는 뜨루히요 대학에서 한국어 수업을 듣고 있던 그녀를 한국어교육 K단원이 나와 연결해주면서, html 태그를 몇 번 가르쳐주게 된 것이 인연의 시작이다. (까롤은 웹 관련 일을 하고 있었고, 주로 플래시를 했다고 하는데 html을 알고 싶다 해서 만든 자리였다.) 그 이후로 가끔 만났고, 몇 번 함께 술을 마시면서 친해졌다. - 특히 그녀는 소주를 정말 좋아했는데, 내가 그녀의 생일에 선물한 팩 소주를 가장 소중하게 생각할 정도였다.- 어느 날은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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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107일상/흔적 2010. 11. 8. 01:14
#1. 얼굴이 땅긴다. 건조한 계절이 돌아왔다. #2. 책을 들다가 떨어뜨리면서 손목을 베었다. 깊게 베인 것도 아닌데 순식간에 부풀어 오르더니 시간이 갈수록 선명한 빨간 줄을 남겨 모양새가 좀 그렇다. 살짝 긁힌 것인데도 한동안 쓰라려서 씻을 때나 옷깃이 스칠 때마다 괴로웠다. 한 달이 지난 지금 상처는 완전히 아물었지만, 흉터는 여전히 남아있다. 이 흉터도 곧 없어지겠지만, 이 흉터를 볼 때마다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3. 애써 둘러둘러 말해도 그 의도를 알지 못하는 상대방에겐 답이 없다. 때로는 직선적인 것이 상황을 명확하게 해준다. #4. 역시 사람은 마무리가 중요하고, 또 역시 착하게 살아야 한다. 세상은 너무도 좁다. #5. 얼마 전 지난 일들을 생각하다가 우연히 ‘이니셜 S’를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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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102 새치를 만나다일상/흔적 2010. 11. 8. 01:09
머리카락이 까맣고 숱이 많은 것은 엄마를 닮아, 아직 한 번도 새치를 발견하지 못했었다. 새치야 나이 상관없이 발견할 수 있지만 언젠가 그놈이 나타나는 날, 어느 정도의 충격은 있을 거라 예상하고 있던 터였다. K와 저녁을 먹던 날, “야 너 새치 있다.”라며 머리카락 하나를 뽑아줬다. “그래?” 검은 머리카락이 점점 하얗게 변한 것인지, 날 때부터 저렇게 난 것인지 미처 끝까지 다 하얘지지도 않은 모양도 꼬불꼬불한 이상한 녀석을 받아들었다. 그날이 되면 뭔가 큰 사건이 될 것 같았는데 기분은 생각보다 아무렇지 않았다. 단지, ‘얜 왜 이렇게 꼬불댈까?’ 이런 생각만... 갑자기 안 쓰던 머리를 쓰고, 몸을 놀리고, 잠을 못 자서 그런가 보다. 그리고 이제 내 몸도 퇴화가 시작되었구나 생각한다. -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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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012일상/흔적 2010. 10. 12. 08:52
#1. 꿈이 점점 현실과 구분되지 않을 정도로 정교하고 사실적이 되어간다. 또 시작이다. 자고 일어나도 피곤하다. #2. 나이를 그렇게 먹었으면 말뜻을 제대로 알아들어야지, 이건 뭐 일일이 다 설명해줘야 하는 것도 아니고. #3. 집중이 되지 않는다. 내가 이렇게 산만했던가. 의지박약. 작심 30분. #4.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가 되어버리겠지만 남자들이 문제다. 멍청하거나 속이 없는 거다. #5. 뻬루 바지가 낀다. 세상에. 살이 쪘다. 좋지 않다. #6. 비 온다. 커피 맛이 유난히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