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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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IDF2009와 함께한 6편의 영화일상/리뷰 2009. 9. 28. 17:00
◈ 엘 시스테마(El Sistema) 엘 시스테마의 오케스트라 연주를 들어보면 뭔가 일어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베네수엘라의 변화는 서서히 일어나지만, 코끼리처럼 큰 걸음을 내딛고 있다. ◈ 가자-스데롯 전쟁 전의 기록 전쟁과 평화는 종이 한 장 차이. 그들의 소소하고 평화로운 일상 뒤에 도사리는 비극이 너무 슬프고 안타깝다. 버스에서 내리는데 로켓 공격이 시작되면 대피소로 달려가 공격이 멈추길 기다렸다가 다시 버스를 타는 것이 그들에겐 익숙하다. "국경을 폐쇄하면 터널을 파면돼. 터널을 막으면 바다로 가면 되지. 신께서 지켜주실 거야!" 과연 신은 존재하는 걸까? ◈ 나는 경제 저격수였다 우리는 두 눈을 뜨고도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것들이 너무나 많다. 베네수엘라 까라까스: 인구의 85%가 빈민층. 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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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난도 보테로(Fernando Botero) 展일상/리뷰 2009. 9. 14. 21:11
http://botero.moca.go.kr 2009.06.30 ~ 2009.09.17 덕수궁 미술관 / 입장료 \10,000(덕수궁 입장료 포함), 도록(대) \25,000 한국에서 보테로의 작품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감격스러워 했던게 엊그제 같은데 전시 마감 전 겨우 다녀와 올리는 뒤늦은 후기. 정말 오랜만에 아빠랑 단둘이 데이트를 하기 위해 푹푹찌는 한낮의 더위에 덕수궁으로 향한다. (좀 일찍 가려고 했었는데 잠이 웬수;) 지하철의 시원한 에어컨 바람으로 흐믓한 기분도 잠시, 끝이 보이지 않는 티켓 창구의 줄을 보고는 경악! 과연 들어갈수나 있을까 싶었지만, 불굴의 의지로 기다려 티켓을 구입하고는 입장 성공~! 했으나... 그림을 보러간건지, 사람을 보러간건지;;; 역시 전시회는 평일 오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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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소리/소리극] 2009 사천가일상/리뷰 2009. 9. 14. 01:06
우리의 것이지만 내겐 어색하고 낯설기만한 장르 판소리. 어떨까? (=판소리에 과연 내가 봐도 될 만큼 '재미'라는게 있기는 할까?) 라는 생각은 정말 기우였다. 2시간 10분동안 무대위에서 쏟아지는 소리와 열정. 그리고 그 능청스러운 연기. 공연장을 빠져나오고도 한참을 감탄으로 한동안 입을 다물지 못했다. '와~~~~' 라는 감탄사로만 그저 이 공연을 본 소감을 말할 수 밖에 없겠다. 정말 턱 빠질 뻔했다. 작, 작창, 음악감동, 소리꾼까지 1인 4역을 해낸 이자람. 판소리 최연소 최장시간(8시간) 완창 세계 기네스 기록을 세운 그녀가 80년대 꼬마 가수로 사랑을 받았던 '예솔이' 였다는것도 처음 알았고, '아마도이자람밴드' 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극 속의 현실풍자와 비판은 정말 통쾌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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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마지막 강의일상/리뷰 2009. 9. 1. 19:05
'죽음'이라는 장벽을 앞에 놓고 있는 그가 남긴 이야기들.. 장벽이 나타난 것도 이유가 있을 터였다. 장벽이 거기 서 있는 것은 가로막기 위해서가 아니며, 그것은 우리가 얼마나 간절히 원하는지 보여줄 기회를 주기 위해 거기에 서 있는 것이었다. 때때로 가장 뚫기 힘든 장벽은 사람이다. ......장벽은 절실하게 원하지 않는 사람들을 걸러내려고 존재합니다. 장벽은, 당신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멈추게 하려고 거기 있는 것이지요. 그리고 이렇게 덧붙인다. 시간은 당신이 가진 전부다. 그리고 당신은 언젠가, 생각보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랜디 포시는 2008년 7월 25일 세상을 떠났다. www.thelastlecture.com Randy Pausch Last Lec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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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그건, 사랑이었네일상/리뷰 2009. 8. 30. 03:47
그녀답지 않은 감상적인 책 제목에 처음엔 고개를 약간 갸우뚱했지만, 항상 씩씩하고 용감무쌍했던 기존의 책들 보다도 인간 냄새 나는 이번 책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결국 책의 말미에서 본분(?)을 저버리지 못하고 '여성 할례'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며 이야기를 했지만 말이다.) 그녀를 행복하게 했던 '라면 한 봉지'에 절절히 공감하며 전기와 물이 끊기지 않는 것만으로도 행복해하던, 작은 것 하나 하나에도 감사하며 살았던 지난 시간들이 떠올랐다. 고작 일 년이 지났을 뿐인데 이곳의 편한 환경은 나를 어느 것 하나 만족하지 못하고 불만과 짜증을 늘어 놓는 예전의 철없는 모습으로 되돌려 놓고 있다. 이 책을 읽었다고하여 어두운 마음에서 바로 벗어났다는 것은 아니지만 밝고 따뜻한 긍정의 기운을 어느 정도, 아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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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 친구들하고 인사하실래요?일상/리뷰 2009. 8. 29. 15:18
p.42 마지막으로 친구와 손잡고 길을 걸어본 게 언제였습니까? 아, 여자분들이야 바로 어제일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남자분들은 아마 그 기억을 되살리려면 꽤나 힘드실 걸요. 초등학교 때? 아니면 유치원 때? 가끔씩 밤거리에서 마주칩니다. 적당히 배가 나오고, 적당히 느슨하게 넥타이는 풀어지고, 적당한 수준을 조금 넘어 술에 취하신 중년 아저씨들이 두 손을 꼭 잡고 비틀비틀 험한 세상을 걸어갑니다.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괜히 콧등이 시큰해집니다. 그러면서 혼자 삐죽 나와 있는 제 손이 안쓰러워 얼른 주머니 속에 집어 넣어 버립니다. 술에 취하기 전에는 '친구하고 나하고' 손을 잡고 걷지 못하는 것, 바로 어른이 되었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일 겝니다.